[참여&공감 2024 시민기자가 뛴다] 행복한 도시의 조건, 도시에는 왜 공공공간이 필요한가?
최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공원, 광장 등의 공공공간을 찾아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국민소득의 증가와 여가활동 시간의 확대,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 증가, 워라벨을 추구하는 태도 등에 따라 공공공간을 찾게 되는 것이다. 또한, 행복도시 연구에 따르면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거주지 주변에 산책할 만한 공원이 있고, 잘 조성되어 있으면 행복을 느끼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와 같이 도시에 좋은 공공공간이 있다는 것은 시민들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삶의 질을 증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행복한 도시의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공공공간의 개념과 의미, 국내·외 공공공간 혁신사례를 바탕으로 지역에서 좋은 공공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을 제언한다. △좋은 공공공간이란 무엇인가? 공공공간(公共空間, public space)의 사전적 정의는 공원, 광장, 가로와 같이 일반 대중에게 개방되어 있는 곳이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다.’는 점이다. 성별, 나이, 인종, 계층,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사람들이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공공공간은 보통 공적 공간으로서 성격을 갖고 있다. 비록 쇼핑몰은 개방성이 높은 공간이기는 하지만, 사적 공간이고, 상품 구매 여부에 따라 공간 진입과 행동에 제약이 있을 수 있으므로 좋은 공공공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의 저자 에릭 클라이넨버그(Eric Klinenberg)는 공공공간으로서 공원과 광장은 단순히 녹지와 오픈 스페이스 이상의 공간으로서 ‘교류와 연결을 통해 사회성을 증진하는 공간’이라고 하였다. 또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조경진 교수는 공공공간은 ‘공동체 의식과 집단 기억이 존재하는 곳으로서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장소’라고도 하였다. △국내·외 공공공간 혁신 사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좋은 공공공간은 개방성, 접근성, 편안함, 안전함, 사회성, 공동체성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좋은 공공공간은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혁신 거점으로서 도시 성장과 발전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국 시카고 시에는 밀레니엄 파크(Millennium Park)가 있다. 밀레니엄 파크는 20년 전인 2004년 7월에 개장하였으며 기존 철도 부지 상부 공간을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한 공공공간 혁신사례이다. 공원 면적은 총 9만9000㎡로서 공원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한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이라는 대규모 야외 공연장이 있고, 크라우드 게이트, 크라운 분수 등 유명한 공공미술 작품들이 있다. 공원 내에서는 뮤직 페스티벌 등 다양한 문화행사와 이벤트가 열리며, 주변에 위치한 미술관, 박물관, 문화센터 등의 기관들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시카고 시 문화예술 네트워크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연간 방문객 수는 약 2,500만 명으로서 시카고 시 제일의 관광 명소이며 시민들의 휴식처이다. 다음으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는 리게트 부다페스트(Liget Budapest)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부다페스트에는 2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약 100ha 규모의 대규모 도심 공원이 있는데, 19세기 말에 헝가리 건국 1000년을 기념하기 위해 공원 내에 미술관, 궁전 등 다양한 파빌리온이 건설되었지만 한 세기가 지나 시설들이 노후되어 관리가 안되고 방치되어 있었다. 헝가리 정부는 공원 기능을 유지하고 문화유산을 보존하면서 공원을 개조하기로 결정하고, 2013년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지난 10년 동안 민족학 박물관과 헝가리 음악의 집을 새로 건립하였으며, 미술관 등 문화유산 건물들을 리모델링하였다. 리게트 부다페스트는 유럽 최대의 공공공간 혁신사업이자 문화유산과 자연환경, 현대건축이 조화된 프로젝트로서 2023년 공원 방문객 수는 약 750만 명에 이른다. 도시에 있는 대규모 유휴공간을 개발하지 않고 시민들을 위한 공원과 광장으로 조성한 사례는 국내에도 다수가 있다. 기존 경마장과 체육공원 부지를 뉴욕 센트럴파크와 같은 대규모 도시숲으로 조성한 서울숲(2005년), 미군 부대 주둔지를 도심 속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시민공원으로 조성한 부산시민공원(2014년), 구 전남도청 부지를 재생하여 문화예술 거점과 시민광장으로 조성한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2015년)이 그 예이다. 서울숲은 2022년 기준 연간 방문객이 약 700만 명에 이르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연간 방문객 수가 180~250만 명이며, 10여 년간 누적 방문객 수는 약 1750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와 같이 미국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나 헝가리 리게트 부다페스트, 서울숲, 부산시민공원,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공원, 광장 등 공공공간 혁신 사례로 시민들에게 훌륭한 여가 및 휴식 공간을 조성했을 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관광 산업 등을 통해 도시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고 있다. 앞의 사례와 같이 전북 지역에도 공공공간을 혁신하고 재창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공간이 있다. △전주 종합경기장 ‘시민의숲 1963’ 프로젝트 전주 종합경기장은 전주시 도시 발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전주의 한가운데라는 지리적 위치와 접근성, 전북대학교와 여러 문화시설들, 그리고 대규모 유휴부지 활용이란 측면에서 전주시 도시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2016년 종합경기장에서 진행된 시민원탁회의에서 500여명의 시민들은 경기장 부지에 대해 공원·녹지시설, 문화·예술시설, 체육시설, 숙박·회의시설, 판매시설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후 전주시에서는 기본구상 연구와 전문가 자문, 시민 의견수렴 과정 등을 바탕으로 ‘시민의숲 1963’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프로젝트는 종합경기장 부지에 시민의 숲을 비롯하여 한국문화원형콘텐츠 체험·전시관, 시립미술관, 전시컨벤션센터, 호텔, 백화점 등을 조성하고,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당시 전주시에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부지를 매각하지 않고, 경기장 건물을 활용·재생하며, 판매시설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갖고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시민의 숲 1963’프로젝트 계획은 민선 8기 전주시정에서 개발방식과 사업계획이 대폭 변경되었다. 종합경기장 및 야구장 건물을 전면 철거하고, 시민의숲 조성 계획은 변경 및 축소되었으며, 판매시설인 백화점과 호텔은 규모가 확대되었다. 또한, 사업방식도 당초 부지를 장기 임대하는 방식에서 대물 변제 방식으로 변경되어 부지 소유권을 개발사에 이전하게 되었다. 전주 미래유산 1호인 경기장 건물을 철거하기로 결정하고, 철거 여부에 대한 시민 의견수렴 절차가 생략된 것도 문제이지만, 많은 시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마련한 시민의 숲 공원 계획을 폐지 수준으로 변경한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도시숲과 공원을 조성하지 않는다면 백화점과 호텔 앞에 남은 자투리 공간을 공공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미래에 이 공간에 쇼핑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시민들이 찾아와서 마음 편히 쉬며 여가를 즐길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주시 도시 한복판에 경제·산업, 문화·관광뿐만 아니라 공원과 광장을 조성하고, 60년이 넘는 역사와 문화, 공동체의 기억과 추억을 간직한 경기장 건물을 허물지 않고, 활용하면서 지역의 공동체 정신을 이어갈 수 있는 공공공간 혁신사례를 만들 수 있었는데, 당초 계획이 변경된 것이 무척 안타깝다. △행복한 도시의 조건, 좋은 공공공간 조성을 위한 과제 우리가 사는 곳을 행복한 도시로 만드는 조건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핵심적인 도시공간에 공원, 광장 등의 공공공간을 마련하고 혁신하는 것이다. 특히, 전주 종합경기장 부지에는 판매시설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시민의 숲’ 계획을 복원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경기장 부지에는 판매·숙박, 전시·컨벤션, 문화, 도시재생 등 여러 기능들이 한 공간에 조성되고 있다. 이와 같은 복합적인 기능의 시설들이 유기적으로 통합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능을 포용하고 완충할 수 있는 공원, 녹지 등의 오픈 스페이스 계획이 필요하다. 건축설계 시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전북 지역과 같이 공원 면적이 적고, 거주지에서 가까운 도시공원이 부족한 경우에는 도시 곳곳에 소규모 공원과 광장을 조성하고, 생활권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선형 녹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장우연 독립연구자, 전) 전주시 정책연구소 연구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