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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시래기밥 만들기 - 겨울철 구수한 고향의 맛

오늘 점심은 시래기밥에 산나물 정식이다. 산나물 음식은 들기름, 장을 넣고 밑간을 해 놓는다. 산나물 볶음은 장맛과 들기름 맛이다. 밑간을 해놓은 여러가지 나물을 볶을 때에는 나물색이 연한 것부터 볶기 시작한다. 들기름도 적당히 들어가야 하고, 마지막은 장으로 간을 맞춘다. 다음은 매실무침이다. 매실장아찌에 고추가루 풋마늘을 송송 썰어넣고, 통깨 넣고 조물조물 하면 상큼한 맛이다. 서너가지 장아찌가 완성이다. 이젠 겨울에 먹다 남은 동치미 무우 무침이다. 이때쯤이면 동치미 맛이 떨어진 무를 산야초 효소를 넣고 무쳐내 훌륭히 묵은 맛을 낸다. 뒷밭에서 캐온 봄동은 항아리에 넣어 두었던 무와 함께 멸치 액젓으로 간을 해서 무쳐내면 맛나다. 이제 시래기밥을 할 차례다. 우리 집은 아주 작은 공간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려면 분주하다. 효율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점심을 먹으려면 서로의 양보가 필요하다. 시골집 점심식사 맛이란 음식뿐만 아니라 손님으로 초대되어온 사람들과의 분위기도 중요하다. 분위기를 맞출 사람은 물론 집 주인이다. 초대된 손님들을 어색하지 않게 적당한 분위기를 이끌어내 서로에게 호감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상차림은 손님들이 들어온 후부터 접시에 음식을 놓기 시작한다. 미리 놓아두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식감이 떨어진다. 한 가지씩 상위에 차려지면 맛을 먼저 눈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상차림 시작은 나물 먼저 차려내고 국물이 있는 김치는 맨 나중에 차려낸다. 우리집 상차림은 손님들과 함께 음식을 차려낸다. 시골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어설픈 상차림이다.한 상 차림을 눈으로 맛을 보았다면 이젠 음식을 맛 볼 차례다. 주인은 오늘 메뉴에 관한 음식 설명을 한다. 며칠 전부터 준비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큰 감동을 하게 된다. 음식을 준비하는 주인의 정성, 손맛에 대한 감동이 두 배가 되는 것이다. 소담스러운 시래기밥은 잊지 못할 감동적인 밥상되었다.시래기는 '우거지'라고도 한다. 우리말 사전을 보니 우거지는 푸성귀를 다듬을 때 골라 놓은 갈대나 떡잎이고, 시래기는 배춧잎이나 무청을 말린 것으로 흔히 푸른 무청을 새끼 따위로 엮어 말린 것이다. 겨울철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래기를 말렸다가 국, 죽, 장아찌로 많이 이용한 서민들의 음식이다. 무에는 비타민 C와 디아스타아제가 들어 있다. 디아스타아제는 우리 침 속에 들어 있는 중요한 녹말 분해 효소로서 소화를 돕고 동상이나 가래 염증 등에도 효과가 있다. 예부터'무를 많이 먹으면 속병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양이 많은 무에는 비타민 C, 칼슘, 인 등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특히 골다공증 예방에 가장 중요한 성분인 칼슘은 무의 뿌리보다 잎부분에 더 많기 때문에 골다공증을 우려하는 사람에게는 시래기나물을 섭취하는 게 좋다. 시래기는 겨울내내 비타민과 미네랄의 좋은 급원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만드는 방법]재료 = 시래기, 표고버섯, 돼지고기, 쌀, 양념장 ① 냄비에 시래기와 찬물을 넉넉하게 넣고 삶는다. (삶을 때에는 시래기 대가 연하게 비벼질 때까지 삶는다.)② 이틀 정도 담가 충분하게 불려준다.③ 시래기를 잘게 썰어 다진 돼지고기, 표고버섯을 썰어 넣고 잘 버무린다.④ 쌀의 분량은 똑같다.⑤ 쌀 위에 버무린 시래기를 넣고 밥을 한다.⑥ 쌀밥과 시래기를 고루 잘 섞어서 밥과 양념장을 차려낸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 주말
  • 이화정
  • 2012.02.24 23:02

32. 된장 만들기3년 정도 숙성…"기다려야 맛있다"

우리나라 식단의 3대 양념인 된장, 고추장, 간장은 국물 음식을 만드는 발효식품이다. 1997년에 발견된 대동강 유역의 삼석구역 표대 유적에서는 벼와 콩이 발견되었는데, 이 곡물은 단군 조선 초기, 즉 기원전 30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콩알이 큰 재래종 콩은 맛이 좋다. 그런데 요즘 농촌에서는 재래종콩을 잘 심지 않는다. 재래종콩보다 신품종콩 농사짓는 것이 더 수확량이 좋고, 콩 수확때 콩알이 잘 튀겨 나가지 않아서다. 남원 상신마을에서도 재래종콩과 신품종콩 두 종류를 심었다. 맛난 된장을 먹으려면 3년 정도 숙성해서 먹으면 좋다. 발효식품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날마다 아침, 저녁으로 맛난 숙성을 위해 기도하고, 몸과 마음에 약이 되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정성스러운 마음을 담아 염원을 해야 한다. 발효란 자연이 주는 선물로 만들어진 식품이다. 그래서 기다림 끝에 맛난 된장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재료 = 콩, 물, 천일염, 불, 자연 환경(햇볕 , 바람, 공기, 습도)① 콩선택이 중요하다.재래종콩 맛이 좋다.② 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돗물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득이 할 경우 수돗물을 받아 하루 지나서 사용하면 좋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나 지하수가 좋다.③ 천일염은 3년간 간수를 뺀 것을 사용한다. 간수를 빼지 않으면 된장에서 쓴맛이 난다. 소금은 간수를 뺀 뒤 사용하면 좋다.④ 메주 삶기에는 불이 중요하다. 장작불로 콩을 삶으면 좋다.⑤ 맛 있는 된장만들기에는 자연환경(바람공기습도)이 중요하다. 햇볕바람공기습도가 적당한 곳이 좋다. 항아리 놓는 장소는 햇볕이 잘 드는 곳이 좋으며, 바람은 잘 통하고, 습도가 적당하게 있는 곳이 좋다. 장독대을 놓을 만한 공간도 중요하다. [만드는 방법]△재료 = 메주콩 8kg, 소금 3되, 물 10L 비율이다.(개인적 셈법이다.)① 메주를 깨끗하게 씻어 물을 뺀다.② 깨끗한 물을 받아 천일염을 녹인 염수에 계란을 뛰워 500원짜리 동전만큼 크기로 뜨면 적당한 염도가 된다.③ 항아리는 미리 볏짚으로 소독을 하거나 깨끗하게 씻어 햇볕에 말려둔다.④ 메주를 항아리에 넣는다. 약 7부 정도하면 좋다.⑤ 항아리에 천일염물은 용기가 꽉 차도록(메주가 잠기게) 부어준다.⑥ 참숯은 냄새와 불순물을 흡수하고 방부제 역할을 하며, 잡귀를 멀리하기 위한 붉은 고추는 항아리 마다 넣어둔다.⑦ 3~4일 뒤 항아리를 열어보면 소금물이 흡수되어 물이 줄어든다. 그러면 소금물을 더 보충해준다.⑧ 40일~45일 뒤 된장을 가른다. 된장을 치댈 때에는 항아리 속 장물을 이용해 된장 농도를 맞춘다. ⑨ 된장을 가른 뒤 1년 6개월 정도 지나면 맛있는 된장을 먹을 수 있다.된장은 살아있는 생물이다. 장담그는 사람의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장 담그기 전 정안수를 떠두고 된장이 잘 담가지길 기원했다. 우리 몸에 보약이 되는 건강한 우리집 밥상은 장맛에서 시작된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 주말
  • 전북일보
  • 2012.02.17 23:02

31. 메주 만들기콩 불리고 삶기부터 '정성이 곧 장맛'

모든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것은 된장을 잘 담그는 일부터 시작된다. 바람, 햇빛, 공기, 습도 등을 잘 조절하는 게 중요하며, 여기서 장 담그는 사람의 정성 깃든 손맛이 장맛을 결정짓는다. 메주 만들기는 날씨가 추워지는 동짓달부터 시작한다. 동짓달 이전에 장을 담그면 띄워진 게 아니라, 안에서 곰팡이가 끼기 쉽다. '고광자의 제철음식 이야기'에서 이번 주는 메주 만들기, 다음 주는 된장 담그기를 연재한다. △콩 불리기콩을 6회 정도 씻으며 8시간에서 10시간 콩을 불린다. 콩 불리는 물의 양은 솥에서 삶아질수 있는 물의 양을 넣는다. △ 콩 삶기 콩 삶기는 가마솥에 7부 정도(70%) 콩을 넣는다. 장작불로 5시간에서 6시간 정도를 불을 땐다. 가마솥 위에 수건 6장을 솥뚜껑 위에 얹는다. 단, 콩물이 끓어 오르기 시작하면 넘칠 때 조절하기 위함이다. ① 2시간 정도는 센 불에서 온도를 높였다.② 2시간 정도는 중불(이때 불조절 요함)에서 끓어 넘치면 솥뚜껑에 찬불에 넣어 온도을 낮춰야 한다.③ 중불에서 온도을 너무 낮게 하면 콩이 잘 익지 않는다. 불은 중불로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중간중간 온도를 높여줘야 한다. 중불에서 콩이 끓어오르면 콩이 95% 이상은 삶아졌다고 해석하면 된다. ④ 약불에서 2시간 정도(뜸 들이기) 지나면 끓어오르는 게 덜 하다.△ 메주 만들기① 가마솥에서 삶아진 콩을 건진 뒤 5~10분 정도 물을 빼둔다.② 콩을 기계에 갈아 뜨거울 때 메주를 만든다. 메주는 콩 3.5 ~ 4kg 정도를 한 덩어리로 만든다. ③ 메주는 볏짚에 깔아놓고 밖에서 4시간 정도 완전히 식힌 뒤 메주방에 넣는다. △ 메주 띄우는 과정방 바닥에 볏짚을 두툼하게 깔아놓은 뒤 온도(23도~25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환기를 잘 해야 메주가 잘 마르는데, 약간 마를 때 하얀 곰팡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① 아침·저녁으로 메주를 번갈아 가며 뒤짚어 준다.② 3일 정도 지나면 메주가 약간 마르면서 메주에서 하얀 곰팡이기 피어오르기 시작한다.③ 2일 정도 더 뒤짚어 주면서 메주 상태를 본다. 메주 전체에서 하얀 곰팡이가 핀다.④ 총 5일 동안 메주를 볏짚에서 말린 뒤 메주를 볏짚으로 묶어서 띄운다. 메주를 이불로 덮어서 완전히 띄운다. 36~40시간 정도 이불로 덮어둔다. (메주 40개 정도를 한꺼번에 이불로 덮어서 띄운다)⑤ 이불을 걷어낸 뒤 반나절 방안에서 식힌 후 하우스로 이동하여 말린다.△말리는 작업① 콩을 삶아서 메주를 띄워 하우스로 나가기 까지는 약 7일 정도 걸렸다.② 메주를 말리는 시간을 약 40일에서 60일정도 걸린다.처음 시작한 메주와 나중에 시작한 메주가 있었다. 그래서 먼저 만든 메주부터 장을 담그기 시작한다. 독에 들어가기까지는 약 55일정도 걸린다. 메주를 잘 말려야 한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 주말
  • 이화정
  • 2012.02.10 23:02

30. 대보름날 먹는 묵은 나물 - 겨우내 부족한 영양 보충 '웰빙식품'

매년 대보름 전 아버지께서는 늘 시장을 다녀오셨다. 평소에는 먹지 못했던 땅콩을 사오셨다. 어머니께서는 명절 선물로 들어온 해우(김)에 들기름을 바르시고, 검정콩을 볶으셨다. 형제들은 김 몇 장에 침이 꿀꺽 넘어갔다. 어머니께서는 김을 한 사람당 세 장씩 나눠 주셨다. 산간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해안 지방에서 나는 음식 맛을 보기란 여간 귀했다. 겨울 밥상에 올라오는 해우는 최고의 반찬이었다. 서로 많이 먹기 위해 쟁탈전이 벌어지곤 했었다. 김 한 장에 밥 반공기를 넣고, 김치 넣고, 깨소금 등을 넣은 양념장에 살짝 얹은 '맛난' 김밥을 먹곤 했었다.보름이 다가오면 동네 꼬마녀석들은 온 들녘을 헤메인다. 불 깡통을 들지 않은 녀석은 소리를 지르며 따라 다닌다. 정월보름날 위·아랫 동네 불 깡통 싸움 놀이는 동네 꼬마녀석들의 중요한 대결이다. 불 깡통놀이 대결은 "어느 동네 불빛이 더 크게 만들어 지느냐는 것이다." 동네의 명예를 걸고 대대로 싸움 놀이를 해왔기 때문에 놀이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술이 필요했다. 첫 번째 전술은 불놀이를 할 수 있는 깡통이 필요했다. 요즘에는 흔하디 흔한 깡통이지만, 내가 어릴 적에는 깡통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보름날이 다가오기 전 깡통을 구하기 위해 우리들은 애를 태웠다. 대부분 분유통이나 통조림 깡통이었다. 깡통이 구해지면 우리 형제들은 마당에 둘러 앉아 서열대로 제일 큰 깡통은 오빠 것으로 해뒀다. 작은 것은 막내 것으로 만들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깡통에 대못을 가지고 구멍을 낸다. 바람 구멍이다. 양옆 중앙에 구멍을 뚫어 철사를 끼워 손잡이를 만들었다. 그럼 이제부터는 불을 지필 불쏘시개와 작은 나무깨비가 필요하다. 저녁때가 되면 위·아래 동네 경계선 언덕배기에서 불 깡통 놀이가 시작된다. 초저녁 어슴푸레하게 어둠이 깔리면 불놀이는 제법 근사하다. 멀리서 보면 도깨비 불빛처럼 반짝반짝 아이들 손에서 움직인다. 소리를 질러 대며 아이들은 깡통을 신나게 돌리며 다가선다. 모두가 있는 힘을 다 해 깡통을 돌린다. 옛 전통놀이는 참 뜻이 깊었다. 이런 놀이를 통해 창의력, 협동심, 경쟁심을 길러주고, 어둠속에서 행해지는 불놀이는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담력을 키워주는 놀이었다. 집에 놀아오면 어머니께서는 보름에 먹을 나물들을 볶아내시고, 가마솥에 시루를 걸고 찰밥을 찌고 계신다. 나는 부엌에 쪼그리고 않아 기다린다. 어머니께서는 방에 들어가서 기다려라 하시곤 했다. 부엌 찬장에는 나물들이 가득하다. 토란대, 토란잎, 고사리, 고구마순, 취나물등 서너가지 나물들이 전시해 있다. 나물이 맛나게 볶아졌는지 맛을 본다. 어머니는 간이 딱 맞게 볶으셨다. 양념을 대충대충 넣으신 것처럼 보이지만, 손맛으로 조절하는 특별한 법칙이 있는가 보다. "엄마, 맛있다." 하면 "그래, 좀 있다 찰밥에 많이 먹어." 라고 하셨다. 그 날밤 나는 찰밥을 먹지 못했다. 불 깡통 놀이 하느라 너무 피곤해서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큰 시루엔 찹쌀밥과 나물들이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특히 보름에 먹는 묵은 나물은 겨울에 부족하기 쉬운 영양분을 고추 섭취할 수 있고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에도 좋다. 나물은 거친 음식이면서도 우리 몸에 좋은 음식이다. 취나물은 가래를 삭히고 기침까지 멎게 해준다. 보름 나물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건강식이다. 사계절 나오는 푸성귀들은 요즘 말하는 최고의 웰빙 식품이며, 우리 몸에 좋은 대보름 묵은 나물이다.[만드는 방법]△ 재료 = 나물, 국간장, 들기름, 들깨가루, 대파, 마늘1. 나물은 삶아서 하루 정도 담가 놓는다.2. 적당하게 잘라서 국장장, 마늘, 들기름을 넣고 밑간을 한다.3. 팬에 놓고 볶으면서 들깨가루, 물을 약간 넣고 졸이면서 볶는다.4. 마지막에 대파를 어슷하게 썰고 마무리 간을 한다. '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 주말
  • 이화정
  • 2012.02.03 23:02

29. 매생이 된장국 - 바다 내음 가득 머금은 영양식

산골 마을엔 해가 빨리 진다. 산동 할머니집 굴뚝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차가운 날씨지만 하얀 연기는 바람을 타고 훠이훠이 하늘을 난다. 아련한 추억이 밀려온다. 햇볕이 잘 드는 담벼락에서는 동네 아이들이 놀이 하는 장소다. 놀이에 열중하다가도 집집마다 연기가 피어오르면, 하나 둘씩 집으로 돌아간다. 하얀 연기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는 자명종 역할을 했다. 상신마을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집은 산동 할머니네 뿐이다. 담벼락에서 놀던 아이들, 집집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사람들도 이젠 하나 둘씩 잊혀지는듯 하다. 산동 할머니께서는 날마다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가신다. 하루에 두 번씩 불을 지피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집 아래채에 군불이라도 지피려면 햇볕이 잘드는 곳에서 솔잎나무를 해와야 한다. 오늘은 점심을 먹고 산동 할머니를 따라 지풍골로 나무하러 가기로 했다. 제법 나무꾼처럼 포대자루와 낫을 들고 행세를 갖췄다. 부스럭 부스럭 바람 소리가 날 때마다 나는 기겁을 했다. 할매는 "그러다 언제 나무를 할려고 그려" 하시며 웃음을 참지 못 하셨다. 산속을 헤메다 보니 산 나물들이 많이 올라오지 못한 이유를 알게 됐다. 나뭇잎들이 너무 많이 쌓여 이른 봄 여린 새싹들이 올라오지 못하는 것이다. 산골 마을에도 요즘엔 연료가 기름이다. 그러다 보니 산에서 나무를 하는 사람들이 없다. 나무가 자라면 고사를 한다. 고사된 나무들은 누군가의 땔감이 되어 연기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자연의 순환 법칙이 깨진 것이다. 내년 봄에는 산나물들이 많이 올라오기를 기원해본다. '명절 선물'이라며 딸애가 여행용 가방에서 신문지에 돌돌 만 것을 내놓는다. "뭐니?"했더니 "명절 선물 매생이야" 했다. 산골에서는 좀처럼 맛볼수 없는 음식이다. 명절 내내 매생이를 어떻게 요리할까?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할매, 우리집에는 바다에서 나는 매생이가 있어요. 어떻게 해 먹지? "했더니 "매생이가 뭐야" 하신다. 손짓 발짓 해가면서 한참 설명했다. "아, TV에서 바닷가 사람들이 먹는 거?"하신다. "그려요"하고 맞장구를 쳤다. "뭘 해먹어, 된장국이나 끓이지. 우리식 대로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제"하신다. 그래서 된장국을 끓이게 결정됐다. 지역마다 제철음식을 하는 방법들은 다양하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산나물을 어떻게 해 먹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음식이란 주된 식재료와 부식재료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 부식재료는 밭에서 나는 것들이다. 그래서 우리네 밥상에는 농산물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산나물 음식을 만드려면 들기름과 들깨가루가 필요하듯, 매생이가 요리하려면 굴이나 바지락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들이 발달한 것이다.오늘 저녁은 바다 내음을 가득 머금은 매생이 된장국이다. 매생이에는 칼슘과 철분, 요오드 등 각종 무기 염류와 비타민A·C가 포함돼 있어 갱년기 여성들의 골다공증에 아주 좋다. 콜레스테롤 함량을 떨어뜨리고 혈압을 내려주 는 매생이는 강알칼리성 식품으로 산성체질로 변한 몸을 중화시켜 성인병을 예방한다.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 돼 여성들의 피부를 매끄럽고 맑게 해준다. 매생이는 엽록소와 식이섬유가 풍부해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고 소화 흡수가 잘 될 뿐 아니라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아주 좋다.[만드는방법]△ 재료 = 된장, 멸치, 다시마, 무, 대파, 마늘1. 매생이는 넓은 그릇에서 2~3번 씻어 채반에 받친다.2. 멸치, 다시마, 무, 마늘 등을 넣고 육수를 뺀다.3. 육수에 된장을 풀어 간을 맞춘다.4. 육수가 끓어 오르면 매생이를 넣는다.5. 대파를 넣고 마무리한다.(팽이버섯이 있으면 곁들여도 좋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 주말
  • 이화정
  • 2012.01.27 23:02

28. 떡국 "닭장국에 끓인 떡국 맛 보세요"

설 명절은 아홉 살이었던 어린 나에게는 최고의 명절이었다. 큰 오빠는 빨간 잠바와 운동화를 선물로 사오셨다. 8남매의 여섯째인 나는 새 옷·운동화·양말 등을 신어볼 기회가 없었다. 새 옷을 선물 받은 날부터 나는 밖을 나갈 수가 없었다. 새 옷을 입을 수 있는 날은 설날 아침이었기 때문이다. 명절이 지나면 개학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모처럼 새 옷을 입고 학교에 가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다른 아이들도 모두 새 옷을 입고 왔다. 어머니께서는 보름 전부터 명절 준비를 하셨다. 먼저 유과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한다. 유과를 만드는 일은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롭지만, 명절에만 맛볼 수 있는 최고로 맛있는 별미였다. 일단 찹쌀을 1주일 정도 담가 삭힌다. 유과를 만들려면 식용유가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한꺼번에 큰 통을 구입해서 나눠썼다. 식용유 받을 통이 없는 우리집은 양은 양동이에 받아 왔었다. 유과를 하는 날이면 우리집 큰 방은 유과를 말리는 건조기 역할을 했다. 형제들은 부엌 앞에 둘러앉아 말린 유과 재료를 어머니께 한 입씩 얻어먹었다. "그만 보채라. 유과 만들기도 전에 다 먹고 없겠다"며 야단을 치곤 하셨다. 어머니는 다음날 새벽 방앗간에 가신다며 동생들이랑 아침밥을 차려먹으라는 당부를 하셨다. 눈이 소복하게 쌓인 새벽녘부터 부모님께서는 분주하셨다. 우리도 일찍 일어나 문틈 사이로 얼굴만 내밀며 "엄마, 떡해서 빨리와." 라고 한 마디씩 거들었다. 방앗간으로 출발하는 동시에 우리는 떡을 기다렸다. 형제들은 점심도 거르면서 아버지의 리어커가 올 때까지 동구 밖에서 기다렸다. 점심을 거른 보람이 있었다. 아버지의 리어커에는 모락모락 김이 나는 쑥떡, 찰떡, 떡가래가 가득 실려 있었다. 떡 만드는 떡판 위에 쑥떡을 엎어놓고 콩가루를 충분히 뿌린다. 엄마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뜨끈뜨끈한 쑥떡을 빠르게 비벼내신다. 먼저 만든 한 접시는 아버지께 드리고 우리는 접시가 필요 없었다. 떡판 위에 둘러앉아 세상에서 제일 맛난 우리 엄마표 쑥떡을 배불리 먹었다.어제는 상신마을 사람들 모두 함께 부녀회장님 트럭에 떡쌀을 실고 방앗간에 가서 떡을 해왔다. 참 편리해졌다. 친정 어머니가 방앗간 가는 날 새벽에는 왜 그리도 추웠을까? 강산이 몇 번이나 변했나 생각해본다. 어린 시절 명절이 그립다. 올해는 방학해서 집에 온 딸들이랑 명절 음식을 준비한다. 시장에서 토종닭 한 마리를 사왔다. 친정 어머니께서는 닭장국을 만들어 항아리에 담가 놓고 정월달 내내 떡국을 끓여 드셨다. 닭장국은 잔뼈를 잘 두들겨야 한다. 닭고기 손질을 잘 해서 집간장을 넣고 끓인다. 나름 정성스럽게 준비한다. 옆집 서울 할머니도 바쁘시다. 어제 방앗간에서 뽑아온 떡가래를 써시느라 오늘은 얼굴을 뵐 수가 없었다. 생각이 통했나 보다. 서울 할머니께서 명절에 나물 볶아 먹으라며 여러 가지 산나물을 삶아서 가지고 오신다. "뭔 맛 난 냄새여."하고 물으신다. 떡국 끓이려고 닭장국 만든다고 했더니 "요즘도 닭장국 만들어 떡국을 끓여." 하신다. 이 집은 옛날 명절 기분 나신다며 "나도 올해는 닭장국으로 떡국 끓일까" 하신다. "할매, 제가 만들어서 드릴께요" 했더니 올해는 영산댁 덕분에 닭장국으로 끓인 떡국맛을 볼 수 있겠네 하시며 좋아하신다. 산동 할머니께서도 쌀과자를 가져오셨다. 하루 종일 이집 저집 할 것 없이 서로의 음식 맛 선보이느라 바쁜 하루였다. "독자 여러분, 올해도 설날 떡국 드시고 건강하세요."[만드는 방법]△재료 = 닭장국, 떡, 마늘, 대파, 김가루1. 토종닭 손질을 잘 해야 한다. 닭살을 잘게 자른 뒤 잔뼈들을 잘 두들겨 사용한다.2. 집간장과 물비율을 잘 맞춰 통마늘을 넣고 2시간 정도 중불에 끓인다.3. 닭장국에 물을 넣고 끓인다.4. 한 소금 끓으면 떡살을 넣고 끓인다.5. 어슷 썬 대파를 넣고 마무리한 뒤 먹기 전 김가루를 넣는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 주말
  • 이화정
  • 2012.01.20 23:02

27. 순두부찌개 - 한겨울 입맛 없을 때 찾는 영양식

상산마을은 동안거 중이다. 겨울산은 침묵하고 있고, 지풍골 계곡 바람도 휴식에 들어갔다. 우리집 오래된 감나무들은 겨울 내내 담벼락에 기대어 오고가는 사람들 발자국 소리에 휴식을 취한다. 자연의 소리와 사람의 소리, 모두 동안거에는 자기 안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있다. 산중 사람들 겨울나기는 도(道)아닌 도(道)를 닦아야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상생할 수 있다. 매서운 바람소리에 산이 울린다. 산 울림 소리는 장엄하다. 가만히 호흡을 가다듬고 허리를 꼿꼿히 세운다. 겨울 동안 이런 진통을 겪어야 봄이라는 계절을 맞는가 보다. 할매들은 "차가운 날씨에 오고가는 길이 어렵다"면서 꼼짝달싹도 하기 싫으시단다. 겨울에 먹을 쌀과 반찬은 준비해 놓았지만, 끼니마다 밑반찬에 밥 먹는 게 싫으시단다. 산동 할머니께서는 "아랫마을 사람들은 전 장날부터 명절준비 한다고 야단들이여"하시며 명절 준비 걱정을 하신다. 우리 동네는 아직 명절준비 분위기가 되지 않았다. 서울 할머니께서는 "너무 빨리 준비하면 맛이 없어"하시며 이번 장날 같이 장보러 가자신다. "영산댁 남원에 나가면 두부, 멸치, 대파 사오라"고 당부하신다. 뜨끈뜨끈하게 두부찜 해먹자는 것이다. 남원으로 향한다. 작년 가을까지 두부공장이 있었는데, 두부공장이 없어졌다. 근처에 있는 가게에 물어보니 콩 값이 너무 올라 공장을 운영하기가 어려워서 문을 닫았단다. 할 수 없이 마트로 향한다. 두부값도 오르고, 모든 물가가 올랐다. 그런데 대파값은 내렸다. 한 개 가격에 순두부 두 개씩 묶어 놓은 게 눈에 띈다. 얼른 순부두에 손이 갔다. 서너 개를 주섬주섬 담는다. 횡재라도 한 기분이었다. 점심에 끓여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다른 볼일들을 뒤로 하고 마을로 들어섰다."아이고, 빨리도 장을 봐오네" 하신다. "두부 대신 순두부 샀어요"라고 했다. 묵은 김치를 송송 썰고 별다른 양념 꺼리가 없어 고민이 됐다. 멸치를 한 홉 넣고 가을에 따서 냉동실에 넣어둔 청양고추를 썰어 넣고 남실 할매 손맛을 더했다. 순두부 찌개를 끓이는 데에도 할매들은 정성이다. 냄비 뚜껑을 열어보며 "맛나겠네. 간을 좀 해야겠다"고 하신다. "영산댁 소금 조금 넣어야 맛나. 무슨 음식이건 간에 간이 맞어야 맛있어" 하신다. 남실 할매는 금방 순두부찌개 한 냄비를 끓여내신다. 한 밥상에 옹기종기 앉았다. 별 반찬이 없는 상신마을 회관 밥상에는 맛이 넘쳐난다.서울 할머니께서는 "구정도 다가오는데, 올 구정에는 두부라도 만들어서 함께 나눠먹자"고 하신다. 옛날에는 구정이 다가오면, 온 동네가 시끌벅쩍 사람 소리로 고삿길마다 꽉 차고, 집집마다 유과며 쌀과자, 수정과 만드느라 하루해가 짧았다고 추억하시면서 옛 사람들을 그리워하셨다. 날짜를 셈하시며 콩 담가 두부 만들 날짜를 정하셨다. 덕분에 나도 올 구정에는 상신마을 할머니표 맛난 두부를 맛볼 것 같다.수분이 많은 순두부는 두부에 비해 영양가는 떨어지지만 부드럽고 콩 특유의 향기가 그대로 살아 입맛이 없을 때 노인들의 음식으로 많이 애용되는 식품이다. 순두부는 콩의 영양가를 가장 이상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음식으로 콩을 순두부로 만들어 먹을 경우 우리 인체에 95% 가까이 흡수가 된다. 콩에 포함된 단백질은 40%에 가깝고, 섬유질과 칼슘, 회분, 철분이 듬뿍 들어 있다. 이밖에도 필수 이미노산까지 풍부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식생활 궁합에도 '딱'이다. <만드는 방법>△재료 = 순두부, 묵은 김치, 마늘, 멸치, 대파, 청양고추, 다시마1. 다시마, 멸치를 넣고 다시마 물을 뺀다.2. 묵은 김치는 살짝 씻어서 알맞게 자른다.3. 순두부, 김치를 넣고 끓인다.4.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마늘, 대파 등을 넣고 마무리 한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 주말
  • 이화정
  • 2012.01.13 23:02

26. 청국장찌개 - 김장김치 넣고 보글보글 '겨울 별미'

집집마다 청국장 띄우는 냄새가 구수하게 난다. 같은 음식이지만 음식하는 방법들은 각각 다르다. 청국장 띄우는 온도와 콩 삶는 방법의 차이점 때문인지, 청국장 맛이 다르다. 매년 청국장을 띄우면서도 할머니들께 여쭤본다. 서로 설명하느라 마을회관 사랑방이 시끌벅적하다. 첫째는 콩을 잘 삶아야 하고, 둘째는 방안 온도가 맞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셋째는 띄우는 시간이다. 맛으로 먹으려면 나흘간 띄우는 것이 좋다고 하신다. 그런데 청국장 냄새가 많이 난다. 그래서 사흘간 띄우기로 했다. 오늘 아침이 콩을 안쳐서 띄운 지가 사흘째다. 이불을 제쳐 보니 청국장 뜬 냄새가 난다. 청국장은 역시 청국장 뜬 냄새가 나야 한다며 우리 둘째 딸은 냄새나지 않은 청국장은 별로 맛이 없단다.작년 김장 김치 가지러 밖을 나가보니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골목길마다 사람 발자국은 보이지 않는다. 개와 고양이 발자국만 찍혀 있다. 옆집 서울 할머니는 눈 속에 갇혀 버렸나 싶어 열심히 눈을 쓸면서 고삿길로 나간다. 한참동안 헤메고 다녔는 데도 인적소리가 없다. 미술관집 '인디'라는 개만 뒤를 따라 다닌다. "인디야, 할머니 일어나셨니?" 하고 개에게 묻는다. 이 동네 사람들 모두가 "눈 속에 갇혔나 보네." 궁시렁 대시며 또다시 마을회관까지 내려온다. 아래뜸에서 누군가가 눈을 쓸며 올라오고 계신다. 산동 할머니께서 회관으로 나오는 고삿길을 쓸고 올라오신다. 남실 할머니집에서는 아직도 인기척이 없다. 회관으로 들어가 "따끈한 차 한잔을 하자"며 들어가자신다. 부녀회장님도 눈 쓸던 빗자루를 들고 들어오신다. 어느 고삿길이 쓸어지지 않았는지 확인하신다. 서울 할머니께서 어제 담이 결리신다고 하셨는데 괜찮은 지 궁금하시다며 안부전화를 하신다. 집집마다 눈 속에 별 일 없는지 확인 전화을 하신 뒤 지난밤 일을 확인하셨다. 모두가 지난밤에 별 일이 없으시다. 홀로 사시는 분들이 많다.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는 건강하신 지 확인해야 한다. 다행히도 집집마다 별일이 없으신가 보다. 산골마을 아침은 늦게 시작된다. 해가 늦게 뜨기도 하지만, 겨울철에는 농한기라 한가롭다. 오늘은 마을버스도 들어오지 않는다. 외부와 단절이다. 마을에 들어오는 차량도 없고, 나가는 차량도 없다. 세상과 차단된 기분을 만끽해보자. 이 또한 시골에 사는 여유로움이다. "영산댁, 청국장 잘 띄워졌어." 산동 할머니께서 물으신다. "아침에 열었더니 마치 좋게 띄워졌어요. 우리집 청국장 맛 좀 봐주세요." 하며 눈 쓴 도구들을 챙겨 집으로 돌아온다. "청국장 끓이려면 우리집 앞 마당 항아리속에 무 있어. 갖다 먹어." 하신다. "영산댁도 이제 시골사람 다 되었다."며 "청국장 띄우는 솜씨가 좋아졌다."고 칭찬하신다. 김치 가지러 간 사람이 한참 후에야 돌아왔다. 오늘은 지난해 김장 김치를 넣고 보글보글 끓인다. "할매, 오늘 아침은 묶은 김치 청국장 찌개에 밥 한술 같이 드시게요." 눈 내린 산골마을 아침밥상 풍경은 이웃간의 정이 넘쳐나는 소박한 밥상에서 시작된다.청국장은 발효되는 과정에서 원재료인 콩에는 거의 없는 비타민 B1, B2, B6, B12 등이 만들어지는데, 이 비타민은 신진대사를 촉진해 영양분이 지방으로 축적되는 것을 예방하고 신진대사 통해 영양분이 완전 분해 되도록 돕는다. 또한, 청국장에 다량 함유돼 있는 레시틴과 사포닌 성분은 과다한 지방이나 콜레스테롤 성분을 축적해 체외로 배설한다. 생청국장에 들어 있는 균수를 유산균 음료와 비교해보면, 유산균 음료 1g 중에 100만 개의 균이 있는 것에 반해 청국장 1g에는 10억 개 이상의 균이 있고 다른 식품에 비해 무려 5배 이상 많은 섬유질을 함유하고 있다. 설사가 있는 사람에게 설사를 방지해주고 변비가 있는 사람에겐 변비를 개선시켜준다.<만드는 방법>△ 재료 = 청국장, 멸치, 대파, 마늘, 청고추, 묶음김치1. 쌀 뜬물을 받아 청국장을 푼다.2. 묶음김치는 흐르는 물에 살짝 씻어서 사용한다.3. 청국장 찌개에 김치를 송송 썰어서 넣고 멸치는 멸치걸음망에 넣고 같이 끓인다.4. 끓인 뒤 마늘, 청고추, 대파 등를 넣고 내놓는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 주말
  • 이화정
  • 2012.01.06 23:02

배추전 - 겨울철 비타민 공급에 좋은 간식

간 밤에 장독대에 하얀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남원 상신마을은 앞산 산태골과 뒷산 집당골 사이 항아리 형태의 협곡에 자리하고 있다. 산에는 소나무숲과 활엽수들이 많다. 나무들은 그새 하얀 눈으로 겨울옷을 갈아입었다. 겨울바람소리 요란하게 불어와 상신마을 주민들은 에스키모인들처럼 두툼하게 외투를 입고 다닌다. 요즘 한창 바쁠 때다. 동지달 중순부터 메주를 쑤기 시작한다. 하얗게 눈이내린 이른 새벽 산중은 적막강산이다. 가로등 불빛 사이로 바람만이 지나간다. 눈길에 첫 발자국을 남기며 메주 솥에 장작불을 지피러 나갔다. 자연의 소리와 뒷산 집당골에서 부스럭 부스럭 거리면서 노루와 꿩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궁이에서는 장작불 타는 소리가 새벽녘 아침을 깨운다. 자연의 소리가 경이롭게 느껴진다. 동네 할머니들께서는 오전 11시, 오후 4시가 되면 우리집으로 모이신다. 메주를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 눈 쌓인 고삿길을 주렁 막대기를 짚고 올라오신다. "아이고, 메주콩 잘 삶아졌네." 하시며 콩이 잘 익었는지 점검하신다. 그는 메주 만들기 명인이다. 몇 번 손길이 가지 않은 것 같은데 또닥또닥 두드리시면 예쁜 메주가 만들어진다. "할매손은 보배네요."하며 감사함을 전한다. 순식간에 메주 작업은 끝이 난다. 서울 할머니 밭에는 하얀 눈 사이로 파란 배추잎이 보인다. 올 해는 김장 배추 작황이 좋았다. 그래서 배추폭이 좋지 않은 것들은 뽑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눈밭에 들어가 배추를 뽑아 오신다. 쌈도 싸먹고 "점심 때 배추전 부쳐 먹게." 회관으로 오라시며 내려 가신다. 일은 우리집에서 했는데, 점심은 회관에서 얻어먹는다. 시골에 후한 인심이다. 회관으로 내려갔더니 벌써 후라이팬에 배추전이 노릇노릇 부쳐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산동 할머니께서 "돈방돈방만 하게 무를 자르라고 하신다". "돈방돈방이 뭐여요?" 묻자, 동글동글 먹을만 하게 자르라고 하셨다. 돈방돈방하게 자른 무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무전을 부친다. 배추·무·양파·감자전 등 이렇게 모듬전이 됐다. 뜨거울 때 먹으라며 접시에 담아 서로 챙겨준다. "추운 곳에서 불 때느라 힘들었제." 하시며 내 앞에 한 접시 놓으신다.겨울철에는 몸에 필요한 영양공급을 해줘야 한다. 봄부터 농사짓느라 바빠서 제대로 먹지 못하신 어르들이 많으셔서 다들 얼굴이 까칠하시다. 배추전은 B1, B2, C가 많이 있어 겨울철 비타민을 공급할 수 있는 좋은 음식이다. 위와 장을 잘 통하게 하고 가슴이 답답할 때도 효과가 있으며, 숙취로 인한 갈증을 해소한다. 오늘도 겨울배추를 뽑아 데쳐서 양념을 넣고 무친 뒤, 김장에 남은 양념으로 겉절이 해 내어놓았다. 상신마을회관 점심 밥상은 오늘도 푸지다. "바삭바삭 고소한 상신마을 배추전이 제일이여."<만드는 방법>△ 재료 = 배추, 장, 소금, 밀가루1. 배추머리를 떼어내고 잎을 씻는다.2. 밀가루에 장과 소금을 넣고 간을 맞춘다. 밀가루 농도는 약간 묽게 한다.3. 배추잎 줄기를 방망이로 두들겨 잘근잘근 줄기를 연하게 한다.4. 갠 밀가루에 배추잎을 넣고 잘 무쳐서 놓는다.5. 후라이팬은 달군 뒤 중불에서 부친다. (타지 않도록 가스불 조절을 잘 해야 한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 주말
  • 이화정
  • 2011.12.30 23:02

24. 동지 팥죽 - 건강한 겨울나기 돕는 웰빙 영양식

남원 상신마을 할머니들께서 동짓날 팥죽 끓여 이웃들과 나눠먹자고 회의를 하신다. 동지죽을 끓이려면 팥이랑 찹쌀이 몇 되이면 할 수 있을 지 검토하시는 것. 여기저기 잘 챙겨서 죽 한 그릇이라도 빠진 사람 없이 먹어야 한다며 고심하신다. 일산 할머니집에서 농사 지은 팥 2되, 찹쌀 2되를 내놓으셨고, 팥죽에는 동치미 나물 김치 등을 상에 올리기로 했다. 결정을 내리고 나서는 바쁘다. 팥은 푹 삶아야 하고 찹쌀가루는 방앗간에 가서 빻아야 한다. 전 부녀 회장님은 방앗간으로 출발했고, 나는 죽 끓일 큰솥을 리어커에 실어 회관으로 가져와야 한다. 산동 할머니는 팥을 삶기 위해 나무를 해오시고, 서울할머니는 큰 양푼에 동치미를 퍼오신다. 서너가지 산나물을 삶아서 담가 놓고 각자 맡은 일에 분주하게 움직인다. 작은 동네에서는 손님 초대하는 일이 마을에 큰 행사를 치르는 것처럼 모든 사람들이 참여해야 일을 진행할 수 있다.올해는 팥농사를 잘 지었다. 팥알은 굵고 빛깔이 좋아야 한다. 밭 곡식 농사는 일손이 많이 간다. "아이고, 형님 것 팥알은 왜 이렇게 굵대."하시며 형님 손이 커서 팥알도 굵다고 부러워하신다. 자기집 농사보다는 옆집 농사 잘 되었다는 칭찬이다. 남실 할머니께서는 "몇 되나 했냐"고 물으신다. 일곱되 했는데, 시장에 다섯되 팔고 남은 것은 자식들이랑 친척들이랑 나눠먹을라고 남겨놓으셨단다. 누가 오면 팥 한 주먹이라도 줘서 보내야지 맘이 좋다고 하신다. 힘들게 일 년 농사 지어서 "왜 다 나눠 줘요." 하고 여쭤본다. 힘들게 지었으니까 나눠먹는다고 대답하신다. 나의 이론으로는 맞지 않지만 사람 살아가는 도리가 이런 이치인가 보다.할머니들께서는 "우리들만 먹을 죽이 아니여." 하시며 신경을 많이 쓰신다. "동네 음식 잘한다고 소문 나야지." 음식 잘못하면 안된다며 준비하시는 표정들이 밝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일은 가슴 설레고 즐거운 일인가 보다. 농사를 마무리하시고 이곳저곳이 결리고, 쑤시는 데가 많다며 하루가 멀게 병원에 다니신다. 그런데 음식 장만 하신다고 몸도 마음도 흥이 나셨는지 아픈 기색이 없으시다. 오직 '맛난' 죽을 끓여서 대접해야겠다는 마음 뿐이다. 남원에서 동네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겨울 옷 차림이 가볍다. 이곳은 두꺼운 외투를 입지 않으면 결코 동네를 돌아다닐 수 가 없다. 산골 바람은 그만큼 매섭다. 24절기 중 스물두번째 절기로 1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 동지다. 팥죽에는 새알심을 넣고 나이대로 알을 먹는다. 알은 나이를 뜻하기도 하지만,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마음도 담겨있다. '명의별록'에는 팥은 몸 안의 열을 다스려 이롭게 하고 속앓이에도 좋으며, 부종에는 뽕나무 삶은 물에 팥을 달여 마시면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작불에 팥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난다. 아궁이 앞에 앉아 불을 지피는 산동 할머니께서 "팥이 맛나게 삶아질 것 같다."고 좋아하신다. "엊그제 같은 봄날에 농사일을 시작했는디, 벌써 동지달이여." 하시며 지난 일 년간 농사가 힘들었다는 푸념과 "내년에 또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하신다. 지난해 겨울에도 농사 못 하신다고 하셨는데, 올해도 농사를 잘 하셨지만 말이다. "할매들, 팥죽 드시고 건강히 오래오래 사세요."<만드는 방법>△ 재료 = 팥, 찹쌀가루, 소금, 설탕1. 팥을 깨끗하게 세척한다.2. 팥 삶을 때에는 푹 삶아야 한다. 껍질이 툭 터지도록 삶는다.3. 찹쌀 가루는 미지근한 물에 반죽을 해 새알을 만든다.4. 팥은 바구니에 걸러낸다. 적당하게 물을 넣어 비율을 맞춘다.5. 팥과 물 비율을 끓여가면서 맞춘다.6. 끓는 팥물에 새알을 넣고, 마지막에 소금 간을 한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 주말
  • 이화정
  • 2011.12.23 23:02

23. 절임 깻잎 김치 - 외출 쉽지 않은 겨울철 밑반찬 제격

시끌벅적하게 한 무리로 손님들이 몰려 들어온다. 시골마을에서 한꺼번에 목욕탕에 온 것이다. 혼자 점치듯 뭘 하다 오셨을까 관심이 많아진다. "여섯 아줌마들 중 연세가 제일 많은 사람은 누구일까, 어떤 농사를 지을까. 이 사람은 슈퍼를 할까, 좀 얼굴이 하얗구나" 등등 사소한 것들 모두 눈여겨본다. 그러다 내 목욕은 뒷전이다. 한 분 한 분 행동에 눈이 맞춰진다. 꼭 우리 동네 할머니들이랑 목욕탕에 온 것처럼 상상을 한다. "머리 감고 탕속에 들어 와야하는데." 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런데 먼저 선수치는 손님이 있다. "아줌마! 머리 감고 들어와요." 누군가 하는 말에 내 가슴이 졸여졌다. 지난해 겨울 우리 동네 할머니들이랑 목욕탕에 갔었다. 그때도 꼭 오늘처럼 우리 할머니들은 옆에 있는 손님들에게 머리 감지 않고 탕 속에 들어왔다고 옐로우 카드를 받았다. 그때에도 좀 친절하게 말해 줬으면 좋으련만 하는 원망의 눈빛을 보냈었는데, 오늘 또 나는 그 손님에게 원망의 눈빛을 보냈다. 이번주에는 우리 동네 할머니들을 모시고 목욕탕에 가야겠다. 올 한해 동안 농사 짓느라 많이 힘들었다. 일 년 동안 수확한 농산물을 경제적 수치로 환산해도 부족할 것이다. 그래서 남원 상신마을 할머니들은 개미처럼 일을 한다. 지난 여름 농삿일을 돌이켜보자. 뜨거운 햇볕 아래 수건를 쓰고 들깻잎 한 장 한 장을 뜯어 염장을 했다. 들깨 수확을 높이기 위해 깻잎을 염장해서 판매한다. 깻잎과 들깨로 수확을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이익이다. 이른 아침에는 깻잎을 따서 망탱이에 넣어 놓고 밭일을 하신다. 하루 종일 일을 마치고 저녁이 되어서야 형광등 아래에서 깻잎을 한 장 한 장 접어 소금물에 절여 놓는다. 집집마다 들깻잎 염장하느라 여름내내 바빴다. 이렇게 염장한 깻잎은 늦가을이 되어서야 염장 깻잎 판매를 한다. 그 날은 동네 장날이다. 서로 얼마를 받았는지 확인하고 "서울댁은 올해도 제일 많이 팔았어, 좋겠네." 하시며 부러워했다. 식당에서 한꺼번에 사갔다.늦은 저녁에 서울 할머니는 양푼에 뭘 들고 온다. 절임깻잎을 깨끗하게 씻어 오셨다. "염장해 놓은 들깻잎이여."하며 건네주신다. 다 팔지 않고 남겨놓았단다. "할매, 감사해요." 겨울철에 갑작스레 손님이 들이닥치면 밑반찬으로 내놓으면 좋을 것 같다. 김장할 때 남은 양념을 사용하면 손쉽게 밑반찬을 장만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눈이 많이 내려 밖에 나가는 게 여간 힘이 든다. 봄부터 장만해 놓은 밑반찬은 중요한 겨울철 식량이 된다. 들깨는 비타민 A·C, 칼슘, 식이섬유소 등이 풍부하고 쇠고기에 많은 포화지방산과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효과를 나타내 순환계 질환을 예방해 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들깨는 지방이 40%, 단백질 16%, 탄수화물 20%, 식이섬유 18%로 지방이 많아 중요한 식물성 지방원이다. 들깨의 주성분인 리놀렌산은 리놀레산과 함께 인체에 꼭 필요한 필수지방산으로 부족하면 성장 저해, 피부질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들깻잎의 엽록소는 지혈 작용, 혈관 청소 작용을 한다.[만드는 방법]△ 재료 = 고추가루, 액젓, 찹쌀풀, 파, 마늘, 통깨1. 시장에서 염장해 놓은 깻잎을 구입한다.2. 염장해 놓았기 때문에 소금간을 빼야 한다.3. 하루 동안 찬물에 담가 놓는다.4. 양념을 만든다 (김장 양념을 사용하면 좋다)5. 염장해 놓은 깻잎은 얇다. 그래서 여러 장 잡아서 양념을 무친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 주말
  • 이화정
  • 2011.12.16 23:02

22. 고등어 무조림 “매콤하면서 달짝지근…감칠맛 나요”

남원 상신마을 잠바지기골에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친다. 마당 한 켠에 놓인 낡은 나무의자에 두 눈을 감고, 허리를 펴고 마음을 내려놓는다. 바람·나뭇잎·산울림 소리가 들린다. 잠시 자연의 소리를 느껴보자. 쇼팽의 녹턴처럼 음색이 아름답다. 남원 상신마을을 떠나 잠깐 쇼팽의 고향 폴란드에 왔다. 생각이 자유롭다. 폴란드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도시를 방문해본다. 차가운 겨울 바람이 향기롭고, 나의 몸과 마음은 가볍다. 잠시나마 한가로이 호사스러운 시간을 가져본다.겨울 채비 하느라 시골 생활이 바쁘다.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두 발을 바쁘게 움직인다. 오늘은 부녀 회장님댁이랑 서울 할머니집 메주 쑤는 날이다. 얼마나 빨리 일어나셨는지 새벽인데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메주를 쑤려면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다. 군불을 지필 나무를 가져 와야 한다. 볏짚이랑 메주 찧는 도구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된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들이 너무 복잡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뒷받침 돼야 된장을 먹을 수 있다. 아침 식사는 하셨는지 물어본다. “혈압 약을 먹으려면 밥을 먹어야 하니께 한술 떴다.”고 하신다. “그렇게 힘들게 일하시면서 먹는 게 부실하면 안돼요.” 하고 한 마디 보탠다. 뒤이어 “할매네 무 어디에 보관해 놓았느냐”고 물으니 “앞 마당 항아리 속에 보관해 뒀다.”고 한다. 겨울 내내 먹기 위해 땅 속에 묻어둔 항아리는 온기가 느껴졌다. 겨울 찬거리가 가득 들어 있는 항아리에서 서너 개를 꺼내와 씻는다. 그리고 냉동실을 한참 뒤져본다. 고등어 한 마리가 나온다. 언제 두었을까. “이렇게 살림하면 안되는데….” 하시면서 두런두런 혼잣말 하며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고등어 한 마리에 무를 서너개 넣고 보글보글 끓인다. “뭐하느라 바쁘대.” 하시며 산동 할머니가 들어온다. “오늘 우리집에서 점심 하시게요.” 했더니 “(나는) 맨날 점심을 얻어먹어.” 하시며 홍시 몇 개를 내미신다. 이제 서울 할머니네 메주 만들러 갈 차례. 솥 뚜껑을 열고 잘 익었는지 맛을 본 뒤 콩을 꺼내라고 하신다. 아줌마는 강하다. 큰 바가지를 들고 콩을 펴낸다. 소쿠리에 가득 담아 낑낑대며 도구통(메주분쇄기)이 있는 곳으로 옮긴다. 할머니께서는 우리도 젊어서는 그렇게 힘이 좋았다며 혀를 끌끌 차신다. 메주를 만드는 과정은 번거롭다. 우리 할머니들은 분업화 작업을 한다. 금새 메주를 찧어 맛나게 생긴 메주가 만들어졌다. 서로가 일 잘 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제 장갑을 벗고 점심 먹고 합시다.” 약한 불에서 한참동안 졸인 고등어 무조림이다. 김장 한 양푼에 무조림은 냄비 채 밥상에 올려놓는다. 막 뜸 들인 밥도 양푼에 퍼온다. “앞에 놓인 밥 그릇에 먹을 만큼 덜어가세요.” 서로 숟가락 젓가락을 챙겨주며 도란도란 둘러앉아 점심을 만끽한다. 살맛 나는 시골 밥상이다.무에는 여러 가지 소화 효소가 많다. 예로부터 무를 많이 먹으면 속병이 없다고 한다. 무는 당류, 아미노산, 무기질, 아밀라제 등이 있으며 사과보다 약 7배의 비타민C가 있다고 한다. 무는 소화작용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 무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디아스타제는 소화를 촉진하고 리그닌이라는 식물성 섬유는 변비를 개선하며 장 속의 노폐물을 청소해준다. 특히 고기나 생선회를 함께 먹으면 소화에 더욱 도움이 된다. 무의 매운맛 성분은 유황 화합물로, 항암·항산화·항균·항염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만드는방법]△재료 = 무, 고등어(멸?ㅀΔ?, 고추가루, 집간장, 마늘, 생강, 파1. 무·고등어를 알맞게 썬다.2. 고추가루, 생강, 마늘, 물, 장을 넣고 양념장을 만든다.3. 무를 밑에 깔고 고등어를 올린 뒤 양념장을 얹는다.4. 양념이 잘 베이도록 한참 숙성시킨다. 5. 처음에는 강불에서 익힌 뒤 약불에서 천천히 졸인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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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11.12.09 23:02

21. 김장김치 오색·오미 - 오묘한 전통 발효식품

산골마을이라 집집마다 김장하는 날을 정한다. 어제는 팬션집 김장을 했고, 오늘은 서울 할머니집 김장하는 날이다. 자식들은 물론이고 사돈네 김장까지 같이 하신다며 배추를 넉넉하게 심으셨다. 개울 건너 아랫뜸에서 산동할머니, 일산할머니가 올라오신다. 배추가 어찌 요렇게 크대.하시며 배추 한포기도 못 들것네. 하신다. 나는 두 포기씩 들어 나른다. 아이고, 나도 젊어서는 무거운 것도 잘 들었는디 하시며 지나간 세월을 원망하신다. 나는 리어카에 배추를 실어 나르는 역할이다. 잘한다, 잘한다 하면 더 잘하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인가 보다. 신바람이 났다. 짧은 머리카락이 휘날리게 리어카 운전하며 달린다. 마을 운동회도 아닌데 달리니까 개들도 신이 나서 고샅길을 지나갈 때마다 검둥이, 살랑이, 메리할 것 없이 짖어댄다. 모처럼 동네가 품앗이 김장하느라 활기차다. 해가 중천에 떴다. 깜짝 놀라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났다. 절임 배추 새벽에 씻으신다고 하셨는데 하고, 얼른 장화를 신고 서울 할머니집으로 달려갔다. 미술관집 할머니랑 벌써 다 씻으셨다. 젊은 사람이 왜 벌써 나왔어. 하시며 나의 미안함을 위로하신다. 겉은 파랗고 속은 노란 배추들이 맛나게 잘 절였고, 작년에 담가 놓은 멸치젓도 맛나게 삭혀졌다. 무채도 썰어 놓고, 찹쌀풀이랑 양념이 준비되어 간다. 많은 양을 버무릴 때에는 여간 힘이 들지 않는다. 이제 본격적으로 김장할 준비가 되었다.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맡는다. 서울 할머니께서는 일하기 전에 막걸리 한 잔씩 돌리시고 잔을 드시요. 하시며 서울 딸집에 보내고, 사돈 집에도 보내야 허니께. 맛나게 김장해달라고 당부하신다. 각자 자리를 잡고 김치를 버무리기 시작한다. 지금부터 남원 상신마을에 사는 김장 김치 버무리기 어머니 손 맛 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라고 외쳤다. 모두 협동심이 대단하다. 손발이 척척 잘 맞는다. 산동할머니는 손맛 대회가 있으면 우리도 나가보자.고 하셔서 한바탕 웃었다. 배추 300여 포기, 꼬들빼기, 알타리무, 갓김치, 들깻잎고춧잎김치 등 김치 종류만 해도 대여섯 가지다. 우리 할머니들 힘 없다고 하시더니 저력이 대단하셨다.다음은 우리집 김장할 차례다. 배추 농사만 짓고 양념 농사는 짓지 못했다. 남실할머니 양념꺼리 없재. 하시며 파랑 갓이랑 우리 밭에서 뽑아가라고 하신다. 김장은 단순한 김치 담그기와는 다르다. 일 년동안 농사 지은 양념이 모두 들어가야 한다. 상신마을에서는 모든 양념 채소들을 자급자족 한다. 우리마을 김장 김치는 그래서 맛이 좋다. 요즘에는 너무 많은 양념을 넣는다는 말씀도 하신다. 옛날 김장 김치에는 양념이라고 해봐야 장에다 고추가루, 마늘 조금 넣어서 김장을 하셨단다. 그래도 정말 맛이 좋았다고 하신다. 생각해보니 우리집 김치도 매년 유행처럼 양념 종류가 늘어간다. 새로운 김치 맛을 찾기 위해서일 것이다. 주부들은 새로운 김치맛를 위해 양념개발을 계속할 것이다.김치 옛날에는백채(白菜)라고 했었는데, 이는 원래 배추의 흰색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생각된다. 김치는 주재료가 배추의 백색에 배추겉잎이나 파 등의 푸른색이 더해지고 고춧가루의 붉은 색, 배추 속잎과 생강마늘 같은 황색 계열의 색이 더해진다. 검은색은 녹각이나 젓갈, 양념류에 의해 더해지며 이로써 오색을 모두 포함하게 된다. 유산 발효식품으로 독특한 신맛이 있고 여기에 고추의 매운맛, 양념과 과일 그리고 고추 자체의 단맛, 소금의 짠맛, 여러 가지 채소들의 쓴맛이 어우러져 오행의 조화를 이루고 오묘한 맛을 갖게 되는 것이다.<만드는 방법>△양념재료 = 배추, 고추가루, 파, 대파, 갓, 미나리, 청각, 마늘, 생강, 청각, 새우젓, 멸치젓, 무, 소금1. 배추 절임 8시간 정도 절인다.2. 멸치젓은 매년 봄에 담가 김장 때 걸러서 사용하면 맛이 좋다.3. 찹쌀풀은 쌀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텁텁하다. 맑게 찹쌀풀을 끓인다. (찹쌀풀은 완전히 식혀서 사용한다.)4. 채소는 적당하게 썬다. 5. 젓갈, 찹쌀풀, 고추가루, 마늘, 생강, 청각을 먼저 넣고 섞는다.6. 다음 양념채소들을 넣고 섞는다.7. 배추를 버무려 통에 넣을 때에는 꾹꾹 눌러서 담는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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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11.12.02 23:02

고광자의 제철 음식 이야기 - 20. 시래기 된장국

시골 방앗간은 요즘이 가장 바쁘다. 손님들이 많다 보니 서로 순서를 정한다. 조금 늦게 왔지만 빨리 방아를 찧어갈 사람들도 있다. 그럼 서로 양보하신다. 등구·평선·상신·태평마을 여러 동네 사람들이 모였다. 이 동네 저 동네 소식들이 오고 간다. 사돈네 팔촌까지 안부를 물으시며 각자 할 말이 많으시다. 가장 관심이 많은 건 올 해 농사 수확량에 관해서다. “서울댁 고추랑 들깨가 좋네.” “고추농사 어떻게 지었냐”고 묻는다. “집에서 만든 퇴비를 했더니 탄저병이 좀 덜 했다”고 하신다. 평생 농사일을 하시면서도 농사 잘 짓는 사람법이 궁금하신 모양이다. 평선에서 온 할머니는 “나도 내년에는 그렇게 농사 짓어야겠다”고 하신다. 농사 짓는 이야기, 자식 혼사 이야기들로 왁자지껄 하다. 방앗간에 온 손님들을 둘러보니 40대 젊은 사람은 나 뿐이다. 아마 평균 연세들이 70세 정도 되셨을 것 같다. 방앗간 주인 할머니·할아버지도 연세가 많으시다. “우리 농촌의 현실이구나” 하는 마음에 안타까웠다. 시골방앗간 인심은 정겹다. 일손이 모자라면 주인, 손님 할 것 없이 함께 일손을 거든다. 오늘은 들깨가루 빻는 기계 앞에 섰다.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들깨가루가 어떻게 빻아지는지 공부했다. 기계에 넣어 여러 번 반복해 껍질을 벗겨낸다. 그런 뒤 들깨 알맹이가 나온다. 다음 단계는 가루빻는 기계에 넣고 두 번 돌려주면 들깨가루가 되어서 나오는 것이다.날씨가 춥다고 했더니 주인 할아버지께서는 금세 방앗간 마당에 모닥불을 피우셨다. 일년 농사을 짓느라 검게 그을린 모습이지만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들이 밝다. 등구마을에서 왔다는 할머니께서는 우리떡 맛 보라며 뜨근뜨근한 떡을 한 줌 들고 나오신다. 모닥불 주위에 둘러 앉은 사람들은 방앗간 떡 맛을 평가하신다. 소금 간이 알맞게 잘 되었고, 쫀득쫀득하게 떡이 잘 익어서 맛이 좋다고 하신다. 시골에서만 맛볼수 있는 인심이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방앗간 주인 할머니께서는 손님 점심 밥상을 내오신다. “반찬이 없어” 하시며 배추 김치에 밥, 시래기 된장국 한 냄비를 끓여오셨다. 김장 배추로 만든 시래기 된장국이다. 들깨가루를 많이 넣에 고소하게 됐다. 손님들은 각자 국그릇에 밥 한덩이 넣고 꾹꾹 말아 김치에 걸쳐 드신다. 정말 세상에서 제일 맛난 시래기된장국이다. 들깨가루는 된장국, 오리탕, 찌개 등에 넣어 조리하면 고소한 맛이 좋다. 들기름은 산나물이나 즉석무침에 넣어 버무리면 향도 좋고 나물과 잘 어울리는 양념이다.고추가루는 김장용 고추가루와 고추장용 고추가루 두 가지가 있다. 들깨는 기름을 짜고, 들깨가루로 빻았다. 처음 방앗간에 올 때에는 한 차 가득 싣고 왔는데 가는 길에는 차가 가볍다. 서울 할머니께서는 “아이고, 이제 겨울채비 방앗간일은 다 했다”고 하신다. 방앗간 가는 길이 가장 걱정이란다. 버스를 타고 가시면 부피가 커서 힘이 든다고 하셨다. “이젠 걱정마세요. 방앗간 갈 때 제가 실어다 드릴께요, 할매.”< 만드는방법>△ 재료 = 배추시래기, 된장, 멸치, 마늘, 들깨가루, 청양고추1. 배추시래기를 삶는다.2. 시래기를 꼭 짜서 먹기 좋게 싼다. 3. 큰 볼에 시래기, 들깨가루, 다진 마늘, 된장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4. 냄비에 무친 시래기를 넣고, 손질해 놓은 멸치를 넣고 끓인다. 5.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여 은근하게 끓인 뒤 청양고추를 넣고 마무리한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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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정
  • 2011.11.25 23:02

고광자의 제철 음식 이야기 - 19. 이른 봄 꺾어 말린‘산나물’

옷깃을 세웠다. 차가운 바람을 피해 목이 길어진 이유을 생각한다. 초겨울 날씨 덕분이다. 누구나 목이 길어서 미인이 될 수 있는 계절. 세월 참 빠르다. 엊그제 같은 봄, 여름, 가을이 가고 초겨울이 됐다. 이른 봄부터 산나물 꺾어 말리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여러 가지 산나물 종류가 많아 봉지마다 나물 이름을 써서 항아리에 보관해 두었다. 영양 만점 산나물 밥상을 차려보자.굽이굽이 돌아가는 와운마을 가는길 /천년을 기다리는 세월속에 사대가 머무르고 // 와운골 윗터 산할아버지 걸망에는 산 취나물 가득하고 / 군불지피는 아버지 걸망속에 벌꿀이 가득하다. //개선행진곡도 없이 초보농부 맨몸 부딪치니 / 지리산 산나물 자연밥상되어 나가신다.(지리산 천년 송바라기 초보 농부 산나물 일기에서) 도시에 살다가 3년 전에 시골에 내려와 4대가 함께 살고 있는 31세 젊은 농부 공상훈씨다. 지리산 자락에 농사지을 공간이 없다. 척박한 곳이라 산에서 양식을 구했다. 산나물, 꿀 한 봉, 산약초 등 산이 주는 농산물을 인월장에 내다 팔아 쌀을 구입해 살아온 마을이다. 산에 의존해 살아가는 산골짜기 사람들. 365일 중 300일 정도를 산에서 살고 있다. 할아버지는 나물을, 아버지는 꿀을 , 젊은 농부는 버섯, 산약초를 맡는다. 새벽바람 맞고 눈 비비니 봄 빛 햇살 눈부신다./ 내가 꿈꾸던 푸른색 초가 지붕 어데로 갔을까. // 눈홍빛 봄날가니 논두렁에 미꾸리들 춤을 춘다. / 화전민되어 일군 텃밭에 열정배추 심느라 고생했다. // 국민밥상 만들자고 허리춤 끓어 올린다. / 착한농부 아내 힘들어 죽것다. 유기농쌀 드세요. (저 푸른 초원위에 살리라 보절면 아줌마 쌀농사일기에서)맘씨 좋은 남원군 보절면 아줌마 현은숙씨의 남원 농기센터 농산물 스토리텔링 교육 동기생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그가 우리집 유기농 오색쌀을 먹어보라며 한봉지를 내민다. 굵은 손마디 쥐어보니 손끝에 굳은살 베겼다. 구구절절 사연을 풀어내는 착한 농부, 속정이 깊다. 산나물 밥상에 유기농쌀로 밥짓어 올려보지요.먼동 트는 이른 새벽부터 한 허리 위청거리니 / 콩밭메는 농부 가슴에 청국장이 열렸다. // 지당골 콩밭머리 곶갱이 자루 뉘여 놓고 / 지리산 읊조리니 검정콩 청국장환이 되었다는 옛이야기 // 해질녁 바지게 지고 내려오는길 /시냇가 물고기 얼굴보라 하여 고개숙여보니 검게 그을린 낮빛이어라. (지리산 고운 풀꽃마을 청국콩 농부일기에서)지당골 주민들은 콩농사를 많이 짓는다. 일손이 부족해 콩심는 작업이 늦었다고 발을 동동 구르더니 얼마 전 콩타작을 했다. 농사꾼 조용섭씨가 햇콩으로 청국장 만들었다며 맛 보라고 한 덩이 떼준다. 구슬땀 배인 콩을 만든 청국장 산나물 밥상에 찌개 끓여 올려보지요.산나물은 영양소가 많이 함유된 건강식품이다. 산나물에는 비타민, 미네랄, 칼륨, 칼슘 등이 골고루 있어 현대인에게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는 최고의 식품이다. 산성화 되어가는 인체를 알카리성으로 바꾸어 주는 기능을 하고, 초봄에 나는 어린 풀은 어느 것이나 뜯어 먹어도 약이 된다고 하여 ‘백초차(百草茶)’라 이른다.‘그 집 음식맛은 장맛’이라 했다. 그만큼 장맛은 음식에서 중요한 양념인것이다. 우리집 음식에는 양념 종류가 간소하다. 많은 양념을 넣는다고 맛이 좋은 것은 아니다. 기본 양념만으로 영양 만점 산나물 밥상을 차릴 수 있다. <만드는 방법>△ 재료 = 산나물종류, 장, 소금, 들기름, 통깨, 대파, 마늘1. 마른 산나물을 냄비에 넣고 삶는다. 삶는 시간을 일정하지 않다. 나물 줄기가 푹 삶아야 한다.2. 삶아진 나물을 찬물에 행구어 반나절 정도 담가 놓는다.3. 물이 잘빠지도록 채반에 나물을 건져 놓는다. 4. 나물에 장, 들기름, 마늘을 넣고 밑간을 해놓는다.5. 밑간이 된 나물을 팬에 볶는다. 대파, 통깨를 넣고 마무리한다. (하얀 나물일 경우 소금으로 간을 한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 주말
  • 이화정
  • 2011.11.18 23:02

고광자의 제철 음식 이야기 - 18. 쪽파김치

앞산에는 가을이 가고 있다. 노란색, 빨간색, 초록색 단풍잎들이 한 잎 두잎 바람에 날리고, 산중턱에서 위쪽으로는 단풍잎이 모두 떨어지고 나무들은 옷을 다 벗어버렸다. 해질녘 만행산 천황봉에도 산 그림자가 드리운다. 등고선을 따라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옷 벗은 나무들은 줄줄이 손을 잡고 그 자리에 서 있다. 산 그림자는 그렇게 앙상한 가지들 사이로 점점 어둠이 내려앉는다. 하늘빛도 어두워지고, 옆집 서울 할머니집에는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담장 넘어 앞집 산동 할머니께서는 이 시간에 뭘 하시는지 행낭채 굴뚝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낭만적이고 전형적인 산골마을 풍광이다. 산골마을에 살면서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내가 살아가는 환경에 감사함을 전한다. 저녁을 먹고 설겆이를 하는데 서울 할머니 신발소리가 난다. 얼른 문을 열어본다. 여름에 옥수수를 냉동실에 넣어두었다는데, 저녁 밥맛이 없어 삶았다며 먹어보란다. 국화차를 한 잔하며 담소를 나눈다. “아~차!” 내일 손님이 오신다고 했는데 깜박 잊고 있었다. “할매, 파 뽑으러 갈거에요.” 했더니 “후래시.” 들고 가라고 하신다. 세상에 별 일이다. 이 밤에 후래시를 들고 파뽑는 사람이 바로 ‘고광자’다. 집 앞 텃밭이라 무섭지는 않지만 발걸음이 빠르게 움직여진다. 중간쯤에 심어진 파가 좋다고 하셨다. 그래서 중간 지점으로 달려간다. 대충대충 뽑아들고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간다. 파를 심어놓고 비가 내리지 않아 파잎이 말라서 전잎이 되어버렸다. 올해 쪽파 작황이 좋지 않다고 하신다. 다행히도 “요즘에 새잎이 나와 그나마 쪽파 행실이라도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아무래도 김장 때에는 시장에서 사다해야 할 것 같다고 하신다. “내일 점심 한끼 먹으면 없것네” 하시며 조금 더 뽑아오라고 하신다. “할매 양이 적어야 맛나게 먹지요” 했다. 두 사람은 금새 파김치를 담궈 반찬통에 넣었다. 참 빠르다.쪽파는 동의보감에 성질이 따듯하고 비장과 신장을 좋게 하며 기운을 북돋워 피로를 이기게 하는 식물로 소개 돼 있다. 파의 잎과 줄기는 영양분이 조금씩 다르다. 파 잎에는 비타민 A와 C가 풍부하며, 줄기에는 다당류가 많다. 파에 풍부한 비타민과 미네랄은 암을 예방하고 몸의 저항력을 길러주며 각종 질병을 예방한다. 파는 대개 굵은 파와 쪽파로 구분하는데, 굵은 파는 해산물에 많은 비타민 B1의 흡수를 촉진시켜 주로 생선과 고기의 냄새를 없애주는 역할을 하며, 쪽파는 김치 부재료와 양념 재료로 다양하게 쓰인다. 파에 들어 있는 비타민 C는 열에 약하므로 완전히 익히는 것보다 생으로 요리하거나 살짝 데쳐서 먹는 것이 좋다. 지난주 토요일에 지리산 와운마을에서 산나물 손맛 체험을 했다. 우리 주부들은 남이 차려준 밥상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직접 만들어 먹는다. 그런데 ‘60년대 어머니의 손맛을 찾으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재료는 산나물과 양념이라고는 집간장, 소금, 들기름, 통깨 뿐이다. 그런데 직접 손맛을 내서 맛나게 버무려진 산나물 반찬들이 밥상에 올라온다. 가족들은 서로 맛을 보며 맛있다며 자화자찬을 한다. 우리 음식은 제철에 담고 있는 고유의 맛과 풍미가 있어 양념을 많이 넣지 않아도 맛이 좋다. 모두가 만족할만한 자연 밥상이었다.<만드는방법>△ 재료 = 쪽파, 고추가루, 멸치액젓, 찹쌀풀, 통깨1. 쪽파 끝부분을 떼어낸다.2. 깨끗하게 씻어서 물끼를 뺀다.3. 살짝 소금간을 한다.3. 양념을 만들다. (고추가루, 찹쌀풀, 멸치액젓)4. 쪽파양과 양념을 적당하게 넣고 버무린다. 마지막에 통깨를 뿌려준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 주말
  • 이화정
  • 2011.11.11 23:02

고광자의 제철 음식 이야기 - 17. 배추김치 세계가 효능 인정한 국가대표 식품

멀리서 “탕탕” 하는 소리가 난다. 우리집 산이도, 옆집 누렁이도 “컹컹” 짖어댄다. “대체 어디에서 나는 소리야” 하던 일을 멈추고 내 시야에 들어오는 골짜기를 둘러봤다. 우리 마을에는 열 여덟개의 골짜기가 있다. 산태골인 듯 싶어 마을회관 쪽으로 향했다. 조급한 마음이 앞서 빠른 걸음이 됐다. 하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부녀회장님의 차도 보이지 않았다. 아침에 만났을 때 삼박골밭에 ‘먹시감(감이 익어갈수록 검은 반점이 생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을 따러 가신다고 한 말이 기억났다. 한참을 쏘다녔더니 소리가 멈췄다. 개들이 짖는 소리도 멈췄다. “참, 이상하다. 여지껏 한번도 못 들어본 소리인데…”혼잣말을 되뇌였다. 너무 조용했다. 사람들을 찾으러 회관 쪽으로 내려갈 때에는 신발이 내 발에 맞는지 안 맞는지도 모르고 달려갔는데, 올라올 때보니 신발이 너무 컸다. “다시 지풍골 쪽으로 가봐야겠다. 혹여 서울 할머니 지풍골밭에서 무슨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또 걱정이 된다. 이번에는 운동화를 신고 올라갔다. 멀리서 서울 할머니 모습이 보인다. 들깨를 털고 난 깻단을 정리하고 계셨다. “할매, 무슨 일 없었어요.” “왜 그려.” “아까 탕탕 소리가 나서요.” 서울 할머니는 빙그레 웃으시며 “나도 들었어.” 하신다. 갑자기 도랑 건너에서 돼지들이 몰려오는듯 해 쫓느라 바위에다 호미를 두드린 거란다. 나를 빤히 쳐다 보시더니 한마디 거드신다. “참 이웃이 좋네, 멀리 있는 자식은 이 소리를 들을 수나 있겠어.” 하시며 올라온 김에 배추 좀 뽑아가라신다. 배추를 심어놓고 비가 내리지 않아 모종이 자꾸만 말라 죽길래 배추 모종을 배게 심었더니 속이 꽉 차지 않았다면서 두 포기 심어진 곳에서 한 포기씩 뽑아주셨다. 속은 꽉 차지 않았지만, 푸르스름한 게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배추모종을 심어 놓고 비 내리지 않을 때면 시냇가 도랑에서 양수기로 물을 퍼다가 애써 길러낸 배추다. 지난해 배추값이 금값이라 올해는 많이 심었는데, 올 해는 김장배추 값이 어떨지 걱정이 된다. 김치에는 칼슘, 인, 철분 등 무기질과 비타민 A·C 등이 풍부하다. 김치에 들어가는 다양한 채소들은 열량이 적고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다. 특히 고추에는 캡사이신이라는 성분이 있어 지방을 연소시켜 체중 조절에 도움을 준다. 김치에 들어있는 채소의 식이섬유와 향신료, 유산균은 혈중에 있는 나쁜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각종 성인병의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을 준다. 유산균은 젖산균이라고도 불리며, 김치를 비롯해 요구르트나 치즈와 같은 발효식품에 많이 있다. 김치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이다. <만드는방법>△재료 = 배추, 고추가루, 양파, 대파, 쪽파, 마늘, 생강, 청각, 찹쌀풀, 새우젓, 멸치액젖, 소금1. 배추를 등분하여 소금에 절인다(약 8시간쯤)2. 배추를 씻은 뒤 (반나절 정도) 채반에 올려 놓고 물기를 뺀다.3. 찹쌀풀은 사용할 분량만큼만 넣어 끓인다.4. 대파는 하얀 부분만 사용, 모든 재료를 손질해 적당히 썬다.5. 고춧가루에 찹쌀풀, 새우젓, 멸치액젓 등을 모두 넣고 양념을 만든다.6. 절인 배추에 양념을 넣고 버무린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 주말
  • 이화정
  • 2011.11.04 23:02

[고광자의 제철 음식 이야기] 무생채

낮잠에 취했다. 자꾸만 몸이 가라앉는다. 우리의 육체는 참 신기하다. 몸이란 놈이 스스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휴식을 부른다. 전화오는 벨소리에 깨어보니 서너시간 잠을 잔것 같다. 이럴 시간이 아니지 하며 얼른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여기저기에 할 일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가피 열매가 까맣게 익었고, 장독대 주변 감국꽃잎도 따서 꽃차를 만들어야 한다. 어젯밤 서리가 내려 호박잎이랑 작은 애호박이 얼었다. 담벽락에 붙어있는 호박잎들은 아직 된서리가 내리지 않아 얼지 않았다. 먹을 수 있는 것들만 한끼씩 끓여 먹을 만큼씩 봉지에 싸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갑자기 손님이라도 오시면 요긴하게 사용할 국거리다. 들녘에 벼들은 추수가 끝나간다. 밭작물들은 아직 추수가 한참 이다. 우리집 바로 앞에는 아래뜸 산동할머니 밭이다. 고구마를 캐기 위해 줄기를 걷으신다. 줄기를 걷어내니 빨간색 고구마가 살짝 보인다. 할머니께서는 올 해는 밑거름을 하지 않아 고구마 열매가 작을 거라 걱정하신다. 우리 자식들 나누어 주려면 여덟 박스는 나와야 한다며 애끓는 한숨소리를 내쉬신다.소쿠리를 들고 배추랑 무를 심어놓은 밭으로 나간다. 한 구덩이에 두 개씩 들어 있는 무도 뽑아줘야 무가 크게 자란다. 옆밭에 무는 튼실하게 크다. 그런데 우리집 밭 무는 토종무 종자라 크기가 작다. 은근히 옆집 무가 욕심이 난다. 저 집 무는 "뭘 먹어 저렇게 잘 자랐다냐" 혼자말을 한다. 두 개씩 알이 들어있는 무를 뽑는다. 어느새 한 소쿠리가 가득하다. 자취하고 있는 딸들이 주말에 온다는 데 김치를 담가야 겠다. 산중마을에는 해가 빨리 넘어간다. 제일 큰 무를 골라 방으로 들어온다. 저녁은 혼자 먹어야 할 모양이다. 여유롭게 무채를 썰어 맛나게 무친다. 단출한 저녁상에는 된장국에 무생채뿐이다. 혼자 먹는 저녁밥이지만 무생채에 된장국을 넣고 짜박하게 비벼서 맛나게 먹는다. 어찌나 맛있던지 흔한 말로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르겠다. 여유로운 행복한 저녁밥상이다.뿌리에 소화효소(아밀라아제)가 다량으로 함유돼 있어 예로부터 무를 많이 먹으면 속병이 없다고 할 정도로 과식을 했을 때 천연 소화제로 사용됐다. 식이섬유와 수분(90%)이 풍부해 장내 유용세균의 기능을 높여 체내 노폐물의 배설을 촉진하고 변비를 예방한다. 기침과 천식에 좋은 식이섬유와 유화 아릴 성분이 몸속의 미세 먼지를 흡착시켜 배출을 돕고 항균작용을 한다. 무에는 시금치의 6배에 해당하는 240mg의 칼슘이 포함되어 있어 골다공증이나 비타민 보충에도 좋다. 만복감을 느낄정도로 무를 먹어도 열량이 적어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식품이다.남원 상신마을 가을걷이 풍경들이 너무도 아름답다. 배추랑 무밭 풍경이 제법 가을풍경이랑 주위가 어우러져 정겨운 시골풍경을 자아낸다. 얼른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찰칵" 찍어 놓는다. 그렇지만 새삼스레 시골 생활에 대해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얼마나 힘든 노동력인가 노동의 대가가 바로 가을 추수다. 저렇게 나이 드신 어르신들께서는 눈만 뜨면 들녘으로 나가신다. 이른아침부터 늦은 저녁시간까지 허리 한 번 쭉 펴지 못하시면서 일에 집중하신다. 멀리 삼박골에서 일 하시는 남실 할아버지∂할머니가 보인다. 아마 끝 고추를 수확하시는 모양이다. 산동할머니께서는 한 소리를 거드신다. "그 집은 부부지간에 일 하니까 아직 일 무서운줄 모를 거여" 하시며 남실할머니를 부러워하신다. 내일은 친정 아버지께 안부 전화 한 통 걸어야겠다.△ 만드는 방법재료 = 무, 고추가루, 멸치액젓, 볶은깨, 소금 약간1. 무를 깨끗이 씻는다.2. 적당하게 채를 썬다.3. 멸치액젓을 넣고 버무릴 때는 참기름을 넣지 않는다.4. 채 썬 무에 고춧가루, 멸치 액젓, 깨를 넣고 버무린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 주말
  • 전북일보
  • 2011.10.28 23:02

[고광자의 제철 음식 이야기] (15)토란국

농업기술센터에 교육이 있어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준비한다. 마당에 떨어진 나뭇잎을 모아 놓았다. 나가기 전에 아랫방 아궁이에 군불을 지펴야 한다. 햇살이 좋은 날에는 창고문도 열어놓아야 습기가 마른다. 가을걷이래야 나물 몇 가지에 불과하지만, 내년 봄까지 먹어야 하기 때문에 습기가 차지 않도록 보관을 잘 해둬야 한다. 어제 구절초 꽃잎 따러 산에 다녀온 작업복도 빨래줄에 널어 장대 높이 걸어둔다. 아직도 몇 가지 일이 더 남았다. 작년부터 딸들이 키우는 네 마리 금붕어 밥도 줘야 한다. 우리집 개 이름은 '산'이다. "산이야, 바쁘다 바빠! 오늘은 너 혼자 집 잘 지켜라" 하며 혼자말로 두런두런 한다. 그럼 알아듣는 양 밥을 줘도 먹지 않고 날 쳐다보고 있다.차를 타고 내려가는데 버스 정류장에 두 분 할머니께서 보따리를 옆에 놓고 시내버스를 기다리신다. "할머니, 어디 가요" 했더니 "장에 가신다"고 하신다. 장에 내다 파실 토란대와 토란이 안겨 있다. 가을걷이 하시느라 새까맣게 그을리셨다. "아이고,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안 아픈 데가 없어" 하시며 해맑게 웃음짓는 모습이 어린아이처럼 밝기만 하다. "장에도 가고 병원에 가서 치료도 받으시려면 바쁘겠어요" ,"토란농사는 어떠셨어요" 했더니 "토란은 밑 거름이 좋아야 잘 돼" 하신다. 올해는 알이 좋아 또록또록 열매가 실하다고 하신다. 토란은 버릴 것이 없다 토란대는 육개장용으로 좋다. 토란잎은 보름날 오곡밥 싸먹고, 토란은 국으로 끓여먹기 때문에 다른 작물 심는 것보다 수확이 좋다고 하신다. 우리 골짜기에 사시는 어르신들께서는 복합영농을 하신다. 요것 저것 심었는데, 그 중에 토란농사가 돈이 되었다고 하신다. 시장입구에 내려드리면서 "제가 먼저 개시해 드릴께요"했더니, "뭔 말이여"하시며 "한 끼 끓여먹으라"고 까만 비닐봉지에 담아주신다. 시장에도 자리가 있다. 먼저 나가신 동네 할머니가 계시는 곳 옆에 자리를 마련하셨다.토란의 미끈미끈한 성분인 무틴이 체내에서 글루크론산을 만들어 간장이나 신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칼슘 비타민 B군 당질 단백질 등이 함유돼 있어 말려 가루로 먹으면 강장·강정 효과를 낸다. 토란에 함유되어 있는 수산칼륨이 열을 없애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작용을 하며, 몸의 열을 내리고, 위와 장을 보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토란의 전분에는 염증을 가라 앉히는 소염작용이 있으며, 성질이 차서 열이 많은 사람의 급성염증에 사용한다. 예로부터 급성경부 임파선염, 종기, 피부염, 치질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넓지도 않은 작은 밭에 고구마, 토란, 가을무를 심었다. 1년이면 두 번씩 씨앗을 뿌린다. 이른 봄에 상추를 심었던 곳에 토란을 심었고, 감자 심어 캐낸 다음 무·배추를 심었다. 고구마 심은 곳엔 1년에 한 번이다. 이렇게 많은 농작물을 심으면, 그중에 수확이 좋아 경제성이 있는 작물들이 있다. 시장에 내다 파신 농산물은 그져 할머니들 병원비, 전기세 그리고 손주들 오면 용돈 정도 주려고 하신다. 연세가 드셨지만 일손을 놓지 않으신다. 평생직업인 것이다.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반찬들은 누가 농사 지었을까? 오늘 저녁 가족들과 마주한 밥상에서 누군가의 수고로움과 농부의 마음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농부의 수고로움을 생각하면서 맛난 토란국을 끓여야겠다.▲ 만드는 방법재료 = 토란, 들깨 계피, 쌀가루, 새우, 집간장, 소금, 파, 홍고추1. 물을 묻혀서 흙을 털어내고 깐다.2. 하루동안 물에 담궈 놓는다3. 토란을 넣고 살짝 삶은 다음 한번 씻어낸다4. 토란에 알맞는 적당양의 물을 넣고 새우, 들깨, 계피·쌀가루을 넣고 끓인다5. 익으면 소금, 집간장으로 간한 다음 홍고추와 파를 썰어 넣는다

  • 주말
  • 이화정
  • 2011.10.21 23:02

[고광자의 제철 음식 이야기] ⑭고추부각

햇살 고운 가을날이다. 봄에 뿌린 씨앗들이 결실을 기다린다. 남원 상신마을에도 가을 수확을 시작했다. 이른 봄에 핀 가시오가피잎은 차로 만들었고, 뒷산에서 따온 고욥 열매는 효소로 담가 놓았다. 눈 내리는 겨울날, 동네회관에서 함께 마실 따뜻한 차가 될 것이다. 처마밑까지 가을 햇볕이 깊숙하게 드리운다. 바람에 실려 날아온 꼬들빼기도 햇볕이 필요했다. 처마밑 햇볕드는 곳에 자리 잡아 잘 자라고 있다. 김장하는 날, 쪽파를 넣고 꼬들빼기 김치를 담글 것이다. 이렇게 우리 주부들은 일년 내내 먹거리를 준비한다.옆집 할머니 마당에서는 매일 가을 햇살을 기다린다. 고구마순을 따서 삶아 까만색 덕석에 말리고, 시래기는 삶아 빨래줄에 널고, 호박은 깨끗한 토방에서 말리고, 고추부각은 채반지에 놓고 툇마루에서 말린다. 채소가 가지고 있는 특성에 따라 말리는 데도 차례가 있고 장소가 있다. 서울 할머니는 참 부지런도 하시다. 언제 고추부각까지 했을까. 오랜만에 맛본 고추부각이다. 나의 말 한마디에도 "맛있다" 하더니 할머니는 먼저 마른 부각을 따로 추리신다. 밥 먹을 시간도 아닌데 점심먹고 가라며 부각을 튀기신다. 맛있게 하려면 연한 고추보다 칼칼한 맛이 나는 '약찬' 고추가 좋다고 하신다. '약찬' 고추는 파란 고추에서 빨간 고추로 변화되기 전 고추다. 함께 점심밥상을 마주하고 동네 아낙들 손맛 솜씨에 대해 이야기 하신다. 산골에 살아도 손맛차림은 얌전했던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대대로 내려온 동네음식이며, 힘든 농사일 하려면 음식을 잘 먹어야 한다는 소소한 이야기꽃이 핀다. 할머니의 맛난 고추부각 밥상이었다.아이들 아버지는 매년 가을만 되면 고추부각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작년에는 나의 게으름을 탓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 이틀 미루다 보니 첫 서리가 내려 고추가 얼어버린 것이다. 고추잎절임 할 때 함께 했으면 좋으련만, 마음은 있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오늘은 미루지 말고 시작해야겠다. 추수하기도 바쁜 일손이지만 겨울반찬거리 장만하느라 마음은 더 바쁘다.고추의 매운 맛은 기운이 없을 때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입 안과 위를 자극해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시키고 식욕을 돋우기 때문이다. 또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체액 분비가 왕성해지고 혈액순환에도 효과가 있다. 고추의 매운 맛은 캡사이신이라는 성분인데, 젖산균의 발육을 도와 음식을 발효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풋고추에는 비타민 A·B·C 등 다량의 비타민이 있어 피로 회복에도 좋다. 특히 비타민 C에는 감귤의 9배, 사과의 18배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오늘 저녁은 무슨 반찬을 해줄까?" 주부들은 이렇게 남편, 아이들에게 묻는다. 마치 당신들이 원하는 음식을 선물이라도 하려는듯 선심을 써본다. 그럼 선택권을 갖은 사람들은 어떤 말을 할까. 아마 대부분의 남편들은 당신이 알아서 준비하라는 답을 할 것이고, 아이들은 맛있는 것, 고기를 선택해서 답할 것이다. 저녁 반찬거리의 고민을 덜기 위해 질문했더니 결국은 내가 선택해 맛있는 저녁밥상을 차려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쯤에서 바구니를 들고 고민한다. 첫번째 맛난 것, 두번째 가족들 건강에 좋은 것, 세번째 가격이 부담되지 않는 것을 선택하고 싶다. 세 가지를 다 충족시켜줄 반찬거리는 무엇일까. 나의 선택은 현재 가장 많이 잡히는 생선과 채소다. 요즘 시장에 나가면 할머니께서 끝물 고추라며 파란 고추를 많이 가지고 나오신다. 고추부각을 만들어 특별한 저녁밥상을 차려보자.▲ 만드는방법재료 = 고추, 찹쌀가루, 소금, 찜솥, 식용류1. 고추를 깨끗하게 씻어 채반에 바친다.2. 크기가 큰 고추는 반으로 자른다.3. 고추와 찹쌀가루, 소금을 넣고 버무린다.4. 버무려진 고추를 찜솥에 넣고 5분 정도 찐다.5. 채반에 놓고 햇볕에 말린다.6. 식용류에 튀긴다.

  • 주말
  • 이화정
  • 2011.10.14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