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김장김치 오색·오미 - 오묘한 전통 발효식품
산골마을이라 집집마다 김장하는 날을 정한다. 어제는 팬션집 김장을 했고, 오늘은 서울 할머니집 김장하는 날이다. 자식들은 물론이고 사돈네 김장까지 같이 하신다며 배추를 넉넉하게 심으셨다. 개울 건너 아랫뜸에서 산동할머니, 일산할머니가 올라오신다. 배추가 어찌 요렇게 크대.하시며 배추 한포기도 못 들것네. 하신다. 나는 두 포기씩 들어 나른다. 아이고, 나도 젊어서는 무거운 것도 잘 들었는디 하시며 지나간 세월을 원망하신다. 나는 리어카에 배추를 실어 나르는 역할이다. 잘한다, 잘한다 하면 더 잘하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인가 보다. 신바람이 났다. 짧은 머리카락이 휘날리게 리어카 운전하며 달린다. 마을 운동회도 아닌데 달리니까 개들도 신이 나서 고샅길을 지나갈 때마다 검둥이, 살랑이, 메리할 것 없이 짖어댄다. 모처럼 동네가 품앗이 김장하느라 활기차다. 해가 중천에 떴다. 깜짝 놀라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났다. 절임 배추 새벽에 씻으신다고 하셨는데 하고, 얼른 장화를 신고 서울 할머니집으로 달려갔다. 미술관집 할머니랑 벌써 다 씻으셨다. 젊은 사람이 왜 벌써 나왔어. 하시며 나의 미안함을 위로하신다. 겉은 파랗고 속은 노란 배추들이 맛나게 잘 절였고, 작년에 담가 놓은 멸치젓도 맛나게 삭혀졌다. 무채도 썰어 놓고, 찹쌀풀이랑 양념이 준비되어 간다. 많은 양을 버무릴 때에는 여간 힘이 들지 않는다. 이제 본격적으로 김장할 준비가 되었다.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맡는다. 서울 할머니께서는 일하기 전에 막걸리 한 잔씩 돌리시고 잔을 드시요. 하시며 서울 딸집에 보내고, 사돈 집에도 보내야 허니께. 맛나게 김장해달라고 당부하신다. 각자 자리를 잡고 김치를 버무리기 시작한다. 지금부터 남원 상신마을에 사는 김장 김치 버무리기 어머니 손 맛 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라고 외쳤다. 모두 협동심이 대단하다. 손발이 척척 잘 맞는다. 산동할머니는 손맛 대회가 있으면 우리도 나가보자.고 하셔서 한바탕 웃었다. 배추 300여 포기, 꼬들빼기, 알타리무, 갓김치, 들깻잎고춧잎김치 등 김치 종류만 해도 대여섯 가지다. 우리 할머니들 힘 없다고 하시더니 저력이 대단하셨다.다음은 우리집 김장할 차례다. 배추 농사만 짓고 양념 농사는 짓지 못했다. 남실할머니 양념꺼리 없재. 하시며 파랑 갓이랑 우리 밭에서 뽑아가라고 하신다. 김장은 단순한 김치 담그기와는 다르다. 일 년동안 농사 지은 양념이 모두 들어가야 한다. 상신마을에서는 모든 양념 채소들을 자급자족 한다. 우리마을 김장 김치는 그래서 맛이 좋다. 요즘에는 너무 많은 양념을 넣는다는 말씀도 하신다. 옛날 김장 김치에는 양념이라고 해봐야 장에다 고추가루, 마늘 조금 넣어서 김장을 하셨단다. 그래도 정말 맛이 좋았다고 하신다. 생각해보니 우리집 김치도 매년 유행처럼 양념 종류가 늘어간다. 새로운 김치 맛을 찾기 위해서일 것이다. 주부들은 새로운 김치맛를 위해 양념개발을 계속할 것이다.김치 옛날에는백채(白菜)라고 했었는데, 이는 원래 배추의 흰색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생각된다. 김치는 주재료가 배추의 백색에 배추겉잎이나 파 등의 푸른색이 더해지고 고춧가루의 붉은 색, 배추 속잎과 생강마늘 같은 황색 계열의 색이 더해진다. 검은색은 녹각이나 젓갈, 양념류에 의해 더해지며 이로써 오색을 모두 포함하게 된다. 유산 발효식품으로 독특한 신맛이 있고 여기에 고추의 매운맛, 양념과 과일 그리고 고추 자체의 단맛, 소금의 짠맛, 여러 가지 채소들의 쓴맛이 어우러져 오행의 조화를 이루고 오묘한 맛을 갖게 되는 것이다.<만드는 방법>△양념재료 = 배추, 고추가루, 파, 대파, 갓, 미나리, 청각, 마늘, 생강, 청각, 새우젓, 멸치젓, 무, 소금1. 배추 절임 8시간 정도 절인다.2. 멸치젓은 매년 봄에 담가 김장 때 걸러서 사용하면 맛이 좋다.3. 찹쌀풀은 쌀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텁텁하다. 맑게 찹쌀풀을 끓인다. (찹쌀풀은 완전히 식혀서 사용한다.)4. 채소는 적당하게 썬다. 5. 젓갈, 찹쌀풀, 고추가루, 마늘, 생강, 청각을 먼저 넣고 섞는다.6. 다음 양념채소들을 넣고 섞는다.7. 배추를 버무려 통에 넣을 때에는 꾹꾹 눌러서 담는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